<객석에서>뮤지컬 "쇼코미디"-흥미만점의 킬링타임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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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예술의 근본적인 생명력은 독창성이다.섣부른 모방이나 「흉내내기」는 아무리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감점 요인이다.
흥미면에선 대단하나 창조성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뮤지컬 한편이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이다.서울뮤지컬컴퍼니의 『쇼코미디』(11월10일까지).오은희(극본).배해일(연출).최귀섭(작곡)등 우리 뮤지컬계의 재주꾼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창작품이다. 오락성에 치중한 뮤지컬이 대개 그렇듯 이야기는 단순하다.
방송국을 무대로 PD.백댄서.개그맨 지망자들의 꿈과 야망을 화려한 무용과 개그.노래를 곁들여 한편의 만화경을 만들고 있다.
이런 「스타탄생 신화」는 『코러스라인』『42번가』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적인 플롯.무대를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場)인방송국 내부로 설정,현실감을 살린 것은 앞서의 작품을 「흉내」낸 것같긴 해도 극작가의 독창성으로 사줄만한 대 목이다.
그러나 이런 창조성이 아깝게도 무대화되면서 강화되지않고 변질혹은 약화됐다는게 『쇼 코미디』의 한계다.즉 쇼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드라마(줄거리)가 빈약해 「감동」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뮤지컬은 감동보다 재미가 우선』이란 주장도 그럴듯 하지만 분명 「감동」이 없는 예술은 「속빈 강정」처럼 덧없다.
「감동」을 뺀 『쇼코미디』는 볼거리면에서는 꽤 괜찮다.일단 객석과 무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해프닝이 곳곳에 숨어있어 지루하지 않게 2시간30분 「킬링타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쇼코미디』의 가장 큰 수확은 코미디스타를 꿈꾸는샤 「홍태수」역김민수의 발견.그는 뮤지컬 배우의 필수 덕목인 노래 못지않게 연기력까지 갖춰 대성 가능성이 보였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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