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노래새노래>마그마 80년曲 '해야' 리메이크한 장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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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박두진 시인의 49년작 『해』가 우리 문학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있듯,이를 원작으로 하는조하문.김관현 공동작곡의 『해야』도 우리 가요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작품이다.80년 대학가요제에서 연세대 3인조 밴드「 마그마」가 불러 은상을 탔던 이 곡은 당시 가요계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었던 하드록 풍의 강렬한 보컬과 연주로 수많은 아마추어 그룹들의 전범이 됐다.
『해야』는 특히 어둠을 뚫는 의지와 희망을 상징하는 가사가 「서울의 봄」이 쿠데타로 막을 내렸던 당시의 정치.사회상황과 맞물려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지금도 대학가에서 응원가로 널리 애창되고 있다.
「마그마」가 불렀던 오리지널 『해야』는 다소 가는 듯하지만 고음역에서 진가를 나타내는 조하문의 샤우팅 창법과 도입부에서 몽환적(사이키델릭)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관현의 기타연주가 인상적이었다.『해야』를 담고 있는 「마그마」의 데뷔 음반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곡 자체의 참신성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법을 도입한 실험성으로 인해일천한 국내 록음악사에서 명반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장현철이 최근 다시 부른 『해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처리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틀을 뛰어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이 곡은 장현철이 『걸어서 하늘까지』이후 3년만에 발표한 재기음반에 수록돼있는데,사운드 면에 서 훨씬 짜임새가 있고 헤비메탈의 묵직함을 살리면서도 경쾌한 질주감을 강조한 편곡으로 귀에 쉽게 다가온다.
그러나 장현철의 『해야』는 어딘지 맥이 빠진 듯하다.이 곡의핵심은 급박한 속도와 고음으로 치닫는 절정부에서 『해야 떠라』고 절규하는 대목인데,장현철은 이 부분을 완만한 중저음으로 처리했다. 결과적으로 원곡 발표 당시 경탄의 대상이 되었던 조하문의 보컬이 갖고 있는 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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