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추악한 야구' 만든 심판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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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9월28일 메이저리거 로베르토 알로마(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주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당시 야구팬들은 모두가 알로마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야유를 보내고 강력한 징계를 원했다.
그러나 리그 사무국에서는 알로마에게 다음 시즌 개시와 함께 5게임 출장 정지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
「알로마사건」이 있고 얼마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풀튼카운티 스타디움에 입장하던 심판들은 관중들로부터 때아닌 기립박수를 받았다.
메이저리그가 생기고 심판들이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다는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 박수는 『우리는 심판들을 존경한다.야구가 아무리 돈과 승리지상주의에 물든다고 해도 양심과 정의는 무엇보다 소중하다.심판이야말로 양심과 정의의 상 징』이라는 메시지의 전달이었다.심판에 대한 관중들의 무한한 지지다.
반면 우리는 한국시리즈내내 심판불신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해태 김응룡감독은 자신이 피해자라면서 『특정심판이 주심을 보면 경기를 할 수 없다』『경기에 경기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작용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급기야는 6차전 8회말 해태 포수 최해식이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하고 해태 코치들과 심판들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볼썽 사나운 광경이 연출됐다.
해태 김감독은 경기에서의 피해를 막아보려는 의도로,심판들은 자신의 결백을 색안경쓰고 보는 김감독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서로언성을 높였다.관중은 빈 물통을 던지고 선수들은 코치를 부추겼다. 입으로는 최고의 기량과 페어플레이,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외치면서 실제로는 승부에만 집착한 추태들이다.양심과 정의,스포츠맨십이 내팽개쳐진 오늘의 야구장은 더 이상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희망의 장이 아니다.국민들에게 건전한 여가 를 제공하는 쉼터도 아니다.
추악한 승리지상주의만 있을 뿐이다.야구인 모두의 맹성을 촉구하고 싶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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