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끝났어도 '애인' 흉내내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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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황신혜가 들고 나온 핸드백 주세요.』 남녀간의 사랑이냐,불륜이냐로 숱한 화제를 낳고 22일 막을 내린 TV 미니시리즈 『애인』 신드롬이 여전하다.
여주인공인 탤런트 황신혜가 극중에서 들고 다녔던 대나무 손잡이로 장식된 구치 핸드백과 커다란 보석이 박힌 귀걸이.머리핀,남자주인공 유동근이 매던 화려한 노란색 넥타이가 중년 부부들에게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등 청소년 스타들의 옷차림이 유행한 경우는 있었지만 30~40대 기혼자들이 TV드라마의 영향으로 소품을 구입하는 것은 처음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1개에 49만8천원이나 하는 수입 구치 핸드백은 1백50여개가 1주일만에 팔려 수입단일상품 최단시간 매진이란 웃지못할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구치사 원선혜(元善惠.42)과장은 『모조품까지 잘 팔리는데다 청소년도 아닌 주부들마저 드라마 주인공이 사용했던 소품을찾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올림픽공원의 흰 벤치와 남녀 주인공들이 술을 마시던 서울르네상스호텔 바도 드라마를 흉내내는 「애인」들로 만원이다.
롯데월드백화점 소품코너 관계자는 『애인에 나온 소품을 찾는 손님중에는 드라마처럼 유부녀 애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손님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金晧起)교수는 『이같은 모방구매 행태는 일종의 대리만족 현상으로 사회적 부를 만끽하는 30대 부부들의 달라진 사회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 속에 은폐됐던 숨겨진 사랑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점도 의미가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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