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샌디스크 일본 공장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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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도시바(東芝)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의 일본 공장 매수에 나섰다.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일본 남부지역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 공장의 경영권을 1000여억 엔에 샌디스크로부터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샌디스크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한 데 대해 도시바가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도시바는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려고 1999년 샌디스크와 함께 미에현에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하면 이 공장에 대한 경영권도 절반은 삼성전자에 넘어가 도시바의 입지는 크게 위축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도시바 측은 ‘샌디스크가 삼성에 넘어가면 도시바가 제휴 파트너는 물론 대형 구매자까지 통째로 빼앗기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M&A 대금으로 샌디스크에 58억5000만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제시했으나 현재 이 제안이 거절된 상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공개매수에 나서 샌디스크를 통째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도시바는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발 실물경제의 후퇴 조짐으로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둔화돼 샌디스크의 인수 가격이 하락하면 삼성전자가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것이다. 샌디스크의 주가는 연초 30달러를 웃돌았으나 최근 증시 폭락으로 15달러 안팎까지 내려갔다.

도시바가 실제로 샌디스크의 공장을 매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매수가 쉽지 않을 거라고 관측하는 측에선 자금 압박을 이유로 든다. 도시바가 이 공장을 인수하려면 현재 보유한 현금 3000억 엔 중 3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앞으로도 세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도시바가 공장 매수에 1000억 엔이 넘는 실탄을 써 버리면 자칫 자금 압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초 차세대 디지털 비디오 기록장치(DVD)인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 전쟁’에서 소니·마쓰시타(松下)연합군에 패하면서 이미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올 들어 소비 악화로 액정 패널·휴대전화 등 주력 업종의 실적이 모두 나빠지고 있는 것도 도시바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일본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넘지 못하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소니·마쓰시타·도시바·샤프 등 대형 일본 업체들이 각종 분야에서 공동 생산·개발을 통해 삼성전자 ‘고사 작전’에 나서는 이유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일본 기업들에 삼성에 공동 대응하도록 주문하면서 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 민방 아사히TV는 8월에 ‘세계 톱 기업 삼성의 스캔들’이라는 특집 보도를 통해 삼성을 폄훼하고 제품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또 출판가에서는 삼성을 비난하는 책이 등장하는 등 전방위적인 삼성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도시바의 샌디스크 공장 인수가 소문에 불과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도시바가 일본 공장을 매수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진행 중인 샌디스크 인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노트북PC·휴대전화·디지털캠코더·MP3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소비 전력이 적고, 전원이 꺼지더라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특성으로 무거운 하드디스크 대체용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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