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서로 이해하고 의지하며 84년 살았네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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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백년해로가 별 건가유. 서로 이해하고 의지하며 살다보니 부부가 똑같이 100살이나 됐구먼유."

결혼한 지 84년 된 동갑내기 부부가 올해 나란히 100세가 됐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비례리에 사는 송병호(宋秉鎬.(左))할아버지와 성원금(成元金.(右))할머니는 1905년에 태어났다. 생일은 할머니가 음력으로 정월 스무닷새날로, 7월 보름날인 할아버지보다 6개월가량 먼저 태어났다. 이들은 1920년 결혼했다.

당시 추부에 살던 총각 병호군은 집안 어른이 정해준 대로 대전 유성의 처녀 원금양과 혼인식을 치렀다.

일면식도 없던 총각.처녀의 만남은 어색하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뒤늦게 학교를 다녔다. 할머니는 신혼 때 당시 추부초등학교에 다니던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면 밥상을 차려주고 얼른 문밖으로 나오곤 했다. 남편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게 너무 쑥쓰러웠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학교를 졸업하고 1923년 할머니를 홀로 남겨둔 채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앞에선 말도 제대로 못했던 남편이었지만 현해탄을 건너 떠난다니 서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할아버지는 돈을 벌어 7년 만에 돌아왔다.

"부부 간에 마음 상하고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요즘 젊은 부부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유."

이들은 평생 논농사와 인삼을 길러 3남3녀를 키웠다. 노부부의 손(孫)자녀만 32명, 증손은 22명, 고손은 2명이니 유명을 달리한 가족을 빼더라도 직계가족만 총 67명에 이른다. 할아버지는 3년 전 마을 노인정에 다녀오다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뒤 거동이 불편하다. 그렇지만 식사도 거르는 적이 없고 말도 다 알아들을 정도로 건강하다. 할머니는 혼자 걸어다닐 수 있다.

이들 부부의 건강 비결은 낙천적인 사고방식이다. 할머니는 "늘 편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宋씨 부부는 "한날 한시(같은 날 같은 시간)에 숨을 거둬 행복하게 이승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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