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후원금보다 공부시켜야 진짜 돕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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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외 자원봉사 모임인 ‘틈세’의 김문철(25.경북대 화공과4)씨가 방과 후 중학생들에게 과외지도를 하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대학생 오빠들과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요. 지루했던 수학도 이젠 조금씩 재미가 붙고…."

대구 복현중 3학년 성희진(15)양.

成양은 수학과외 시간이 끝나자 대학생 교사인 김지훈(23.경북대 수의학과4)씨에게 이같이 말했다.

金씨는 "정말이냐"며 반갑게 되받는다.

成양은 두 남동생과 함께 홀어머니(45.대구시 복현동)를 모시고 산다.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마땅한 직장도 구하기 어려워 동사무소에서 제공하는 자활근로로 근근이 가계를 꾸린다.

成양은 지난 3월부터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틈세'라는 이름의 무료 공부방에서 과외를 받고 있다. 공부방은 대구 경북대 정문 앞에 마련된 40여평 크기의 사무실.

동생(중2)이 지난해 초부터 이 공부방에서 과외를 한 뒤 성적이 크게 오른 데 고무된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희진이는 여기서 학과 과외만 받는 게 아니다. 악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 무용 지도도 받는다. 어머니는 그래서 "요즘 틈세 때문에 산다"고 말할 정도다.

틈세는 대학생 과외 자원봉사 모임이다. '틈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세상이 참 아름답다'를 줄여 만든 우리말이다. 경북대를 비롯한 대구지역 대학생 50여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과외를 받지 못하는 소년소녀가장과 결손가정 등 소외계층의 중.고생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를 한다. 현재 과외를 받는 학생은 70여명. 대상 학생들은 거주지 동사무소의 추천을 받은 뒤 대학생 교사들이 학생을 상담하고 가정방문을 거친 뒤 정한다.

2002년 3월 시작해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그동안 도움을 받은 청소년만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임대료를 포함해) 월평균 140여만원. 가끔 후원자가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회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충당한다.

대학생들과 함께 이 운동을 시작한 틈세 최선희(36.여)대표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저학력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자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틈세 홈페이지 (www.teumse.com)

대구=송의호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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