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굴>연극배우 윤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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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연극배우 윤문식(53)은 이제 TV에서도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막걸리처럼 텁텁한 「신토불이」의 생김새가 영 TV화면엔 맞지않아 보이나 그가 코맹맹이 소리로 쏟아내는 재담은 숭늉을 마신듯 구수한 맛이 있어 참 좋다.이 때문인지 「비 디오」가 우선인 TV도 그의 놀이꾼 재질을 높이 사 오락프로에 곧잘 등장시키곤 한다.
그러나 「연예인」 이전에 그는 30년 가까이 우리의 연극무대와 마당놀이판에서 신명을 돋워온 타고난 놀이꾼이다.그의 말대로『무대가 곧 밥(삶)』인줄 알고 살아온 천생 광대다.
그가 난생 처음 상을 탔다.지난 16일 막을 내린 제20회 서울연극제에서 극단 미추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사진)』로 연기상을 탄 것이다.그는 최인훈이 쓰고 손진책이 연극으로 만든이 작품에서 「달래」아비 말더듬이였다.대사없이 미미한 움직임만으로도 팽팽한 긴장의 무게와 꽉 찬 부피를 갖는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나는 태생이 셰익스피어극의 광대나 마당놀이의 방자인줄만 알았다.그래서 연출자가 이 작품을 권유했을 때도 난 반대했다.「꾸며서」하는 연기 가 싫어서다.하지만 막상 하니 그게 아니었다.희극보다 수천배 몰입을 요구하는 비극의 인물은 내 연기관을 송두리째 바꿔놨다.』그는 나이 쉰이 지나서 자신의 다른 쓰임새를 발견했다.그는 단지 상을 탔다는 사실보다쉰이 넘어 차분하며 느긋한 다른 모습을 발견해 더욱 놀랐다고 한다.『퇴설궂고(방정맞고) 자발없고 길길이 뛰는 것밖엔 몰랐는데….』 윤문식이 「방자」의 이미지로 고착화된 이유는 아마 「MBC 마당놀이」 때문일 게다.극단 가교(68년)와 민예.국립극단을 거쳐 그는 85년부터 김종엽등과 함께 미추의 주축멤버로활동하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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