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여러분은 꿈꾸던 삶을 살고 있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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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327쪽, 1만2000원

 “우리 대부분이 그럴게다. 때로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라고. “ (38쪽)

“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이라네.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76쪽)

역시 코엘료다. ‘당신이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라는 그의 질문은 소설에서 산문으로 장르를 바꿔도 여전하다.

소설 『연금술사』를 비롯,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오 자히르 』의 소설을 통해 줄기차게 삶의 의미를 물어왔던 그는 이번에 발표한 첫 산문집『흐르는 강물처럼』(원제 『Like the Flowing River』)에서도 단순하고 소박한 ‘코엘료표’ 우화 스타일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이번 책의 주인공은 철저히 코엘료 그 자신이다. 글을 쓰고, 독자들을 만나고, 때로는 프랑스 시골집에 조용히 묻혀서 산책과 활쏘기를 즐기고, 그것이 지루할 틈도 없이 세계 곳곳의 도시를 여행하는 코엘료 말이다.

그는 이 책에 담긴 101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길 위에서 직접 겪은 일화, 사람들이 들려준 일화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나무 한 그루를 놓고 옆집 노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자기 글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이야기와 각 국의 민담과 전설, ‘마누엘 3부작’ 등 자신이 창작한 우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는 “사람이란 자신의 신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긴 자전거 경주와 같은 것”(268쪽)이라며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성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울로 코엘료는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160개국 68개 언어 총 445개 번역본으로 출간됐으며, 전세계에서 1억 부가 넘게 팔렸다. [중앙포토]

15일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세계 각국 기자 50여 명과 만난 코엘료는 ‘당신은 자신의 신화를 이루었느냐’는 질문에 “여기 지금 여러분과 만나고 있는 것이 그 신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으며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길을 찾기까지 나도 불안과 절망의 고비를 넘고 자살을 시도하고 감옥에도 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꿈이란 강물과 같은 것”라며 “삶은 그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며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놓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자아찾기에 가장 중요했던 것으로 ‘여행’을 꼽았다. 여행이란 “‘안전한 항구’를 떠나 어린 아이처럼 온 우주에 나를 열어두는 것”이라며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친구로 여기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부모로부터 ‘모르는 사람과는 말하지 말라’고 배웠지만 사실 세상에는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보다 도와줄 사람이 더 많다”며 “설령 위험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도 덧붙였다.

코엘료의 작품에는 유대교와 이슬람·기독교·불교 철학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이들이 놀라울 정도로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작가의 임무란 글을 통해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만의 리듬을 따라 살라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formula)을 무작정 따르면 결국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나를 돌아보기 위해 스스로 묻고 대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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