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봅시다>이양호 비리의혹 관련 무기상 권병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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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이징(北京) 리도호텔 3311호실에 투숙중인 권병호(權炳浩)씨는 21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임했다.그러나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 부분이 나오면 『인간적으로그럴 수 없다』고 언성을 높여 흥분했다.
權씨는 회견도중 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과 부인으로부터 걸려온 여러차례의 전화를 받으며 귀국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權씨는 충남 아산태생으로 63년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무역회사 직원-오퍼상 경영등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하자 미국에 있는 형의 초청으로 75년 도미했다.
미국에서 다시 경제학을 공부한 權씨는 곧잘 돈을 벌어 재미를보던중 자신이 소유중이던 건물에 불이 나 또다시 실패,86년 부인과 일시 귀국했다.이때 친구들의 권유로 한국에서 사업을 다시 시작키로 하고 미국회사와 합작으로 경기도성남 시에 카메라백제조공장을 설립했다 또다시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權씨는 무기거래상으로 변신하게 된 동기와 관련,『미국에 있으면서 연수차 나온 군 장성들을 많이 알게 됐고 그들이 또다른 군관계자들을 소개해 군 출신 인사들과 연분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정작 무기거래상을 한 것은 5~6년 정도』 라고 말했다. -노소영(盧素英)씨를 어떻게 알게 됐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시절 소영씨가 LA에 연수오면서 알게 됐다.』 -李전장관은 당신과 노소영씨의 면식설을 부인했는데.
『그건 사실무근이다.』(權씨는 가방을 뒤적여 소영씨가 權씨 부부및 權씨 아들,여조카와 함께 서울 하얏트호텔 식당에서 90년12월16일이라고 촬영일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었다.) -李전장관의 진급 청탁건에 대해서도 李씨측과 액수나 과정이 전혀 다른데. 『모두 사실이다.李달화(예비역 공군준장으로 군수무기 중개인)씨 주선의 골프장에서 李전장관을 알게 됐다.이후 李전장관이 우리 사무실(무역회관)로 두번이나 찾아와 진급청탁을 했다.
』 -그렇다면 소영씨에게 줬다는 다이아몬드 반지건은 어떻게 된것인가. 『李전장관이 사무실로 찾아와 조근해(趙根海)작전사령관과 자신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趙씨 부인이 대통령부인 김옥숙(金玉淑)씨와 선후배여서 金여사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있다면서 金여사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고 했다.
李전장관은 金여사가 사치심이 많고 고급을 좋아하니 다이아몬드반지등 최고급품을 선물하자고 아이디어를 내 우리 집사람과 李전장관 부인이 반지등을 고른 것이다.
이후 노소영씨가 내 사무실을 찾아와 李전장관건을 얘기하고 「어머니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반지를 건네줬고 아버지에게도 잘 부탁해달라고 했다.』 -이후 상황은 어땠는가.
『청탁하고 난 며칠후 李전장관이 사무실로 전화해 「청와대에서갑자기 보고하러 오라고 하는 것을 보니 잘 되는 것같다」고 했다. 참모총장 발표 이틀전 소영씨가 사무실로 전화해 李전장관 총장 임명 사실을 귀띔했다.李장관과는 발표 다음날 팔레스호텔 중국관에서 축하주를 마셨다.』 -李씨가 대우측으로부터 13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정확한 물증은 없다.대우측 관계자가 나머지 돈을 직접 李전장관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고 20일뒤 경전투헬기 사업 승인이 났다.전후 정황으로 보아 틀림없다.』 -李씨가 써준 기밀건과 관련해 李씨측은 당신이 요구해 다 아는 사실을 써 준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웃기는 얘기다.국가 방위산업을 책임지는 고위 당국자가 업자가 써달란다고 해서 그런 것을 친필로 써줄 리가 있겠는가.』 -공군참모총장.합참의장.국방장관을 어떻게 그렇게 손쉽게 접촉할수 있었나.
『李전장관은 나에게 「정교수」라는 가명으로 이성호부관에게 전화하라고 했다.당시 우리 암호는 「정교수인데 미야마(타워호텔 일식집)로 오라」는 것이었고 李전장관과의 접촉은 처음부터 줄곧미야마에서 이뤄졌다.』 -李전장관은 4천만원도 꿔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4천만원이 아니라 3천6백만원이고 그 돈은 청탁용 선물구입비로 준 것이다.李전장관의 얘기는 다른 건이다.』 -20억원 제공과 관련한 녹음테이프를 증거물로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녹음테이프는 내가 5년간 심복으로 데리고 있던 李남희과장에게 주고 왔는데 李과장이 지금 와선 내놓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매수된 것으로 생각한다.』 -귀국할 생각은 없는가.
『당초 금명간 귀국하려 했으나 미국에 있는 집사람의 건강 때문에 귀국하지 않을 생각이다.집사람은 심장협심증을 앓고 있어 내가 구속되는 것을 TV로 보면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면서 처남과 친척들이 강력히 귀국을 반대하고 있 다.중국에서며칠 머무른뒤 칭다오(靑島)로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이 사건으로 한국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상황인데 만일당신 주장이 사실이라면 귀국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물론 그래야 할 것이다.그렇지만 집사람 생명까지 위협하면서 그럴 수 있는가.』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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