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현장 요구 수용할 과기정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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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나라가 마침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됐다.미국.독일.일본등 서방선진7개국(G7)이 포함된 선진국들의 모임에 우리 스스로 원해 참여하게 된 것이다.
OECD는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모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경제문제를 다루는 기구다.냉전체제의 종식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등에 따라 선진국의 과학기술정책은 기술혁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인식해 과학기술과 경제의 연계를 강조하는 추세에 있다.선진국들이 과학기술분야 투자에서 한결같이 투자효과등 경제성을 충분히 분석한 효율적 정부자원 분배를 정책기조로 삼는것도 이 때문이다.당위성에 입각한,또는 국가의 입지를 감안한 과학기술 투자보다는 오로지 국가경쟁 력 향상을 위한 전략적.선별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이래 과학기술투자가 급속한 성장을 보여왔다.미국등 선진국의 과학기술투자 성장률이 연평균 5% 미만인데비해 20% 이상의 급속한 신장이었다.이는 우리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그 러나 연구개발투자가 전략적이거나 목표지향적이라기보다 당위성에 입각한 전반적과학기술수준 향상을 고려하는 듯한 눈치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유일하게 군사적 긴장이 조성돼 있으며 방위비 비중이 지극히 높다.이렇듯 어려운 여건을 감안한다면우리의 과학기술투자는 선진국보다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 경제발전과 직결되는 핵심기술분야를 이끌어 내고 우리가 세계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원천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선별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그러려면 산업현장의 기술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과학 기술은 현장의 수요보다는 교수나 연구원등 과학기술 공급자 중심으로 기획되고 개발이 추진돼 연구개발 결과와 산업계 현장의 연결이 동떨어지는 경향이 많았다.이제라도 과학기술정책은 산업현장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인력수급 문제도 앞으로 과학기술계가 풀어야 할 주요과제의 하나다.과학기술 발전의 관건은 우수인력의 공급과 확보인데도 과학기술인력의 체계적 수급조절이 안돼 통신.컴퓨터.반도체등 일부분야는 인력부족이 심각한 반면 기초과학분야는 오히려 인력과잉현상이 나타나는등 심각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인력수급에 관련있는 부처가 교육부.통상산업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처등으로 흩어져 있는데 어느 부처도 유효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인력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나타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묻어 두기보다는 과감한 발상 의 전환으로 풀어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한민구 서울대 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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