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받았더라도 옥석은 가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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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 직불금을 놓고 인터넷이 뜨겁다. “감옥에 가야 할 4만6000명 공무원이 있다”(조인스 토론방)에서부터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는 네티즌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 전부를 범법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명단이 공개되면 당장 마녀 사냥이라도 벌일 태세다.

그러나 “사정과 사람을 가려가며 비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전문직·회사원을 모두 파렴치범으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물론 비판받아 마땅한 부당·불법 수령자도 많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개발정보를 듣고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놓고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타는 것 등이다. 한술 더 떠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으려고 직불금을 타낸 사례도 있다. 현행법상 8년간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지으면 농지를 팔 때 양도세를 면제해 준다. 이때 직불금을 받으면 농사를 지었다는 증빙이 된다. 위장전입을 감추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에 사는데 고향의 논을 상속받은 경우다. 농사 경험이 없어 고향에 남은 친척이나 친지에게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사람이 친척·친지에게 농지 이용료는 받지 않고 대신 직불금을 받아 세금도 내고 고향에 들를 때 친지에게 선물도 준비하는 데 쓴다고 하자. 법을 철저히 지킨 것은 아니어서 직불금은 환수해야 하지만 사회적인 비난을 받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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