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칼럼>'OECD대학' 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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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부자나라 클럽이란 별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학자에 따라(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정부의 고대 로마 원로원같은 기구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새 회원국이 될 한국에는 이 기구가 부자나라 클럽이나 세계의 원로원이라기보다 오히려 일류대학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대학이 화제가 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그 입학 때문이다.일류대학 졸업생이라고 평생 뻐기는 것도,입학만 하면 졸업은대체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실은 그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보다 그 대학에 입학했다는 자랑스러 움을 근거로 삼는다. 야당인 국민회의의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OECD에 가입했다고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닌데 현 정부의 정치적 홍보로 인해 장미빛 환상에 빠져들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 비평도 「가입」에다 꽉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그 점이 가 장 흥미롭다.대학은 「입학」인 것처럼 OECD는 「가입」이다 라는강조가 여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李의원의 그 다음 말이 『금융시장 개방으로 인한 외국자본 유입으로 그렇잖아도 어려운 경제가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로 이어진 것은 「가입」과 「홍보」가 비평의 과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그러나 옳은 걱정은 아니라 고 본다.어느 현대국가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도 지향할 경제정책은 외국사람이 자본을 꾸역꾸역 국내로 가지고 들어오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옛날 춘추전국시대의 중국 제후(諸侯)가 자기 영토로 백성이 이주해 들어오는 것을 정 치 성공의 눈금으로 삼았듯 말이다.
장기 투자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투기성 단기자본,이른바 핫머니가 들락거릴까봐 한정해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李의원이 걱정한 것도 핫머니일 것이다.그러나 여기에도 두가지 큰 잘못이 있다.
첫째,당초에는 국제적 핫머니 투기로 보였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어갔다는 최후 통합 결산이 나온다면 결과적으로 그것은 핫머니가 아니라 한국 금융산업의 체계적 결함을 비집고 들어온 합리적 장기 투자자금이었다는 것을 인정■ 공 간을 남겨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둘째는 이 전주(錢主)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돈을 잃었다는 결산이 나올 가능성은 전혀 즐거워하지 않고 따가는 경우만 걱정한다는 점이다.투기란 것은 잃고 따는 확률이 반반이다.그들이 돈을 잃으면 그것 은 한국 경제가 버는 것이 된다.남의 투기행위와 그 판돈은 판만 빌려준 집주인으로서는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외국의 핫머니가 아니라 우리금융 기업,특히 은행의 취약이다.이 취약성은 단도직입(單刀直入)해서 말해 선진국 은행의 예대(預貸)금리 차이가 1%포인트에도 못 미치는데 비해 국내 은행의 그것은 4%포 인트에 근접한다는 점이다.이것은 은행의 담합과 비능률에 원인이 있다.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높아 금리가 외국보다 높아진 부분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은행 경영이 비능률적이라서 생긴 차이인 이 3%포인트만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3%포인트를 바라고 들어오는 외국돈은 결코투기적 핫머니라 부를 수 없다.이 돈으로 득을 보는 것은 외국전주와 우리나라 차주(借主)들이고 망하는 건 우리나라 은행과 그 예금주(預金主)일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인 한승수(韓昇洙)부총리는 「입학」증후군이 아니라 「졸업」증후군을 앓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란 「졸업」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어떤 주체가 어떤 과정으 로 대형화를선도하고,어떤 주체가 그 대형화된 은행을 경영할 것인지,졸업을위한 공부나 졸업 뒤의 공부 계획은 없는 것이다.『그렇다고 정부가 주도할 생각은 없습니다』는 도피성 말만 그래서 돋보였다.
韓부총리가 말하는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제도」속에는 은행의 합병대형화를 포함한 경영상 모든 의사결정은 주주총회가 선임한 이사회가 하고,은행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사는데는 누구에게도 제한이 없으며,은행 돈은 주주 것보다 예금주의 것이 스무배 정도나 많기 때문에 예금주를 위해서는 은행감독원의 강력한 감독을 여기에 곁들이겠다는 골자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이 「OECD 대학」에 입학하는 한국이 1학년에서 이수할필수과목 공부다.입학이나 졸업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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