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희곡37편 재해석 英서 형식파괴 超압축극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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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셰익스피어(1564~1616)는 마르지 않는 마법의 샘물인가. 세계 어느 나라,어느 연출가가 만들어도 셰익스피어극은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완벽한 구성력과 줄줄 윤기 흐르는 시적인 대사,「희로애락」의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주제의 보편성 때문에 누가 손을 대도 「작품」이 된다는 것.텍스트로서 셰익스피어 희곡의 완전무결함을 극찬하는 말이다.
본래 성역은 만인에게 깨고 싶어하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법.
셰익스피어란 성역도 그의 사후 4백여년이 지나면서 수많은 연출자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때론 훼손되었지만 다 「태양아래 촛불」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셰익스피어 연극의 본산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셰익스피어극이 등장,관객들을 아연실색케하고 있다고근착 타임지가 보도했다.
생존 당시에 쓴 방대한 분량의 희곡 37편을 단 97분의 드라마로 초압축해 한편의 연극으로 꾸민 것.이름하여 『셰익스피어압축편』이다.공연단체명도 명문 로열 셰익스피어극단을 슬쩍 흉내낸 동명의 「RSC극단」(The Reduced Shakespeare Company).
지난 8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단돼 지금은 헬싱키에서 부다페스트에 이르기까지 유럽전역에 명성이 자자한 이 「외인부대」가 지향하는 모토는 「간결은 기지의 생명이다」다.이 말은 바로『햄릿』 2막2장의 명대사다.
『셰익스피어 압축편』은 광기와 풍자.익살로 가득 차있는 것이특징.『티투스 안드로니쿠스』를 유혈이 낭자한 요리잔치로 꾸미기도 하고 『오셀로』를 갱스터랩 뮤지컬로 만들어 패러디의 극치를보여주기도 한다.출연배우는 헨드릭슨.레트윈.롱 등 세사람.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시도는 좋았으나 무리한 생략과 압축으로 내용 전달력이 약했고희화가 지나쳤다』는 것.타임지도 『(셰익스피어와는)너무 먼 생략』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제목을 달았다.
최근 이윤택의 『햄릿』이 러시아 로스토프페스티벌에 참가해 현지인들로부터 『아틀리치노(기가 막힌다)』란 찬사를 받은 것을 보면 셰익스피어를 해석하는 안목이 적어도 이들보다 우리가 훨씬나은 것인가.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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