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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세상보기>비록 首領官 전략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잠수함 사건을 분석 평가하라는 지도자 동지의 말이 떨어지자 해군대장이 말문을 열었다.
『남조선 당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습니다.우리 잠수함이 훈련중 표류한 사실을 놓고 대남 무력도발이라고 성급하게 규정한것이 잘못입니다.청바지는 서울사람만 입나요.우리도 남조선제를 수입해 입을 수 있잖아요.또 적군으로 위장하고 훈련하는 것은 공격.방어 훈련의 ABC아닙니까.』 『거 영어 쓰지 말라우.드디어 민간인까지 죽이구서리 무슨 변명을 할 수 있나.』 이 대목에서 육군대장이 말을 거들었다.
『그러니까 잘못 월경(越境)한 우리 군인을 순순히 돌아가게 내버려 두면 될 것 아닙니까.무슨 포위 섬멸작전을 편다니까 우리 아이들도 자위권을 행사한 거지요.』 그러자 대남 적화(赤化)본부장이 나섰다.
『동무,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거요.이럴 때는 항상 정공법(正攻法)으로 나가야 하오.우리는 남조선 당국에 다음과 같이요구해야 하오.우리가 주요 시설을 폭파했는가,요인을 납치.살해했는가,독극물을 살포했는가.그게 아닌데 왜 우리 에게 사과하고인원을 돌려보내지 않는가.만약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천백배 보복하겠다.이렇게 말이오.』 이번에는 국제 공작(工作)본부장이입을 열었다.
『그런 공갈에 남조선이 떨 것 같소.그들은 그들대로 지금 우리보고 전면전을 각오하라느니,앞으로 경협은 국물도 없다느니 하고 있잖소.이럴 때는 미국 아이들의 목을 내리 눌러야 하오.헌자이크라는 아이가 압록강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길래 간첩혐의를 씌워 날래 잡아왔지요.』 『야,선교하겠다는 아이를 잡아오면 어떡하니.거기다 그 애는 절반이 한국인이라며.』 『어쨌든 미국시민아닙니까.68년 1월 청와대를 까러 보낸 김신조(金新朝)가 잡혔을 때 우리가 얼마나 곤경을 당했습니까.그때 원산만 근처에서껍죽대던 미 첩보선 푸에블로호를 잡아오니까 끝내 미국이 사과했지 124군 부대를 남파한 우리가 사과했습니까.국면(局面)전환은 바로 물컹한 미국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인질외교를 펴는 일방 경수로 협상 타결을 외교적 업적으로 삼으려는 클린턴의 마음을 이용해서 경수로 지원 중단을 카드로 삼으려는 남조선의 책략을 꺾어야 합니 다.』 이럴때 공군대장이 끼어들었다.
『AN-2기를 동원,휴전선 근처를 오락가락하게 합시다.미그나수호이를 슬쩍 섞어도 좋지요.남조선 아이들은 아연 긴장상태에 빠져 일이 손에 안 잡힐 겁니다.경제는 더 죽을 쑬 것입니다.
드디어는 긴장국면에 종지부를 찍어야 되겠다고 스 스로 생각하게될 것입니다.그러면(떼쓰기의 명수,아니)심리전의 대가인 지도자동지의 천재적인 국면전환책은 성공하는 것입니다.』 『좋아.그런데 나같은 천재를 두고도 왜 우리 경제는 망조가 들고 인민은 굶주려야 하나.』 참석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자본주의를 택하지 않고 주체사상을 택했기 때문이야요.』 순간 지도자 동지의 표정이 험악해지며 이 간나××들운운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러자 비서실장이 황급히 손을 젓고 나섰다. 『전략회의 끝이야요.악단 연주.기쁨조 등자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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