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제를찾아서>인종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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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미국은 쿠르드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정치평론가들은 이를 미국의 외교정책이나 국익 차원에서 설명했다.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종정치」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유대계 미국인들은 자신의 재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유대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동에 즉각적 반응과 대응책을 강구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확보 하기 위해 강력한 로비활동을 전개한다.이와 관련,이번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대인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배경을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제관계나 다민족 국가인 미국내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알려면 특히 인종정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인종정치학이란 인종에 대한 단순한 인류학적 접근과 달리 인종적 차이가 국제정치및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결과가 있다고 보고 이를 연 구하는 학문이다.물론 국제.국내의 정치적 관계를 지배엘리트의 성격,경제적.이데올로기적 요인등으로 설명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분석도 인종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서는 충분한 연구라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분석은 한.미관계를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지금까지학자들은 한.미관계를 정치.통일.안보.경제.군사의 관계로 국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우방관계로 보거나 경제적으로 속국화하는 신제국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일반 적 분석이었다.물론 이런 분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인종정치학의 관점을개입시키지 않고서는 충분히 조명될 수 없다.50년대 체결된 한.미군사협정과 한.미행정협정,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통상협정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것은 힘의 논리로 설명될 수 있으나 백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강하게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국가간.인종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는 만큼 어느 인종이든 타인종과 더불어 살아갈 공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인종정치학은 새로운 연구분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장태한교수 美UC리버사이드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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