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대를 가다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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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국제공항을 출발해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지하철로 40여분. 런던행으로 갈아타려고 내렸지만 이미 막차는 떠나버린 뒤다. 자정을 넘어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새벽 1시가 돼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런던에서의 일과는 출발부터 바쁘게 시작됐다. 8월 30일, 아침 일찍 페딩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옥스퍼드시에 닿았다. 시 곳곳은 박물관을 방불케했다. 옛 성이나 교회당처럼 생긴 건물 대부분이 대학 건물이었다. 300년이 넘은 건축물은 역사와 전통의 옥스퍼드(사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옥스퍼드라는 이름으로 자그마치 39개의 칼리지가 있으니 대학이 곧 옥스퍼드 시라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옥스퍼드 대학 본관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기대는 애초에 접어야 했다. 한국이나 미국 대학 캠퍼스와는 딴판이다. 대학 본관은 커녕 캠퍼스 울타리조차 찾아볼 수 없다. 도시 전체에 대학 건물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옥스퍼드 입학처 담당자는 미국과 영국대학의 다른 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미국대학 학부는 4년인 반면 영국대학은 3년제다. 대학 지원방식도 미국은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직접 원서를 내지만 영국은 UCAS라는 online program으로 지원하면 돼 훨씬 간단하고 편리하다. 영국은 5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고 UCAS에 한 번 등록해 놓으면 지원한 모든 대학이 원서를 공유한다. 그러나 각 대학은 학생이 어느 대학에 지원했는지 자기 대학 이외는 모른다. 대학 전형 방법은 미국의 경우 Admission officer(입학사정관)가 있는 반면 영국은 각 단과대학 해당학과 교수들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선발한다. SAT나 교내외의 특별활동은 입학사정에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Academic한 측면, 전공과 관련된 교과활동은 참작이 되고 추천서도 자기를 직접 가르쳤던 교사의 교과활동 관련 추천서 한 장이면 된다.

이튿날 아침, 킹스크로스 역에서 케임브리지행 열차를 탔다. 런던에서 80 km 떨어진 캠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 이 대학은 옥스퍼드와 함께 영국의 지성을 대표한다. 뉴턴이 30년간 수학을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한 이 대학은 존 밀턴·윌리엄 워즈워스찰스 다윈 등의 역사적 인물을 배출했다. 입학 담당자는 우선 케임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이과 중심대학, 옥스퍼드 대학은 문과 중심 대학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 역시 옥스퍼드 못지않게 많은 단과대학으로 구성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탐구할 수 있다.

남봉철 <한국외대부속 외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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