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노이즈가든' 데뷔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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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허위와 모순으로 가득찬 현실세계와 여기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또다른 세계(언더그라운드)를 대비시킨 작품이다.거친 비유가 될진 모르지만 방송매체가 장악한 주류와 이를 거부하는 (또는 거부당 한) 언더그라운드로 양분된 국내 대중음악계의 사정도 이와 유사한 측면이많다. 컴퓨터 통신망에서 최고의 인기그룹으로 통하는 4인조 록밴드 노이즈가든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그룹으로 평가된다.우선 이들의 공식적인 데뷔음반이 92년 결성이후 무려 4년만에 발표됐다는 사실이 그렇다.설익은 속성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거스르고 오랜 절차탁마를 거쳐 비로소첫 작품을 선보인 이들의 진중한 자세가 일단은 신뢰감을 준다.
노이즈가든이 추구하는 음악내용도 좀처럼 시류와 영합한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다.블랙 사바스나 레드 제플린 과 같은 초기 하드록 거장들의 음악에 뿌리가 닿는 이들의 사운드는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추구하는 음향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정통파」이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이들의 음악은 『누구누구를 흉내냈다』든가,『어떤 그룹의 아류 에 불과하다』는 혐의를 제기할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물론 이번 음반이 갖는 최대의 미덕은 연주의 탄탄함에 있다.
일정한 경지에 오른 보컬 박건의 창법과 각종 효과장치(이펙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윤병주의 기타연주가 통일성이 있는데다 리듬 부분도 날렵함과 둔중함을 조화시키고 있다.
노이즈가든은 94년 록밴드의 등용문인 톰보이 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그 존재를 드러냈다.일반인들 사이에선 아직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최고 인기그룹중 하나로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가다듬은 록밴드들이 대거 지상으로 진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그 신호탄에 다름없는 데뷔음반을낸 노이즈가든의 「지상진출」은 과연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귀추가 주목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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