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해외반출 문화재되찾기 정책적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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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벌여 온 해외 한국문화재 조사사업이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이 사업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필자의 눈과 손길을 스쳐 지나간 유물들을 셈한다면 아마도 수만점에 이를것이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몹시 흔들렸다.반가우면서도 안타깝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그리고 한편으로 제 고장에서 천덕꾸러기이던 것이 정작 밖에 나와서는 사랑받는구나 생각하면 서글퍼지기도 했다.그러나 한 가지 분명 한 것은 밖으로 나갔기에 오늘날까지 잘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문화재는 어디서나 큰 고임을 누린다.이들을 보는 이는 감탄을 연발하지 않고 못 배긴다.따라서 이들은 나라 밖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사절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그리고 이들이 지극한 관심과 극진한 보호 아래 최상 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해외의 우리 문화재에 대해 나라 안에서는 물론 현지에서 만나는 겨레들마다 하나같이 『아,그러면 우리나라로 가져가야지요』라고 말한다.백번 옳은 말이다.그리고 그 방법은 한 가지다.경매장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근래에는 뉴욕이나 런던 등지의 경매장에 우리 것이 많이 나돈다.우리는 적당한 값이라면 내놓겠다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그들중에는 국내에는 없는 것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요즘 우리 것을 사들이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그 과정이 베일에 가려져 뜬소문만 무성하다.아마 자금출처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해외문화재의 국내반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알맞은 시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구입자금의 출처를 캐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 아가 세금을 물리지 않는것도 좋은 방법이다.이렇게만 된다면 재력가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개적으로,앞다퉈 우리 문화재를 손에 넣는 일에 열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하대교수.민속학〉 김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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