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음악산업化 실험-데이비드 보위 인터넷에 신곡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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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레코드 가게에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고 방송을 통해서도 들을 수 없는 노래가 있다.「컴맹」이나 「넷맹」에겐 다소 가혹한이야기지만 이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넷에 접속해야만한다.문제의 곡은 영국의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의 최신곡 『텔링 라이스』.
보위는 이달 중순 『텔링 라이스』의 두가지 버전을 인터넷에 처음 공개한데 이어 25일에는 세번째 버전인 『애덤 에프 믹스』를 올려놓았다.
음악계에서 인터넷을 통해 신곡을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없던 일이어서 음반산업 관계자나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 꽤 화제가 되고 있다.
사운드카드가 장착된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소유한 사용자는 보위의 홈페이지(http://www.davidbowie.com)에접속,이 노래를 전송받거나 음향 합성을 구현해주는 리얼오디오나쇼크웨이브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면 콤팩트디스크 수준에 가까운 고음질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물론 보위의 『텔링 라이스』는 무료로 전송받을 수 있다.그러나 멀지않은 시기에 인터넷 사용률이 오디오 보급률 수준에 육박하게 되면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이 기존의 레코드 유통망을 대체하는 새로운 음악 유통경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 상된다.그럴경우 많은 가수들이 앞다퉈 인터넷을 통해 신곡을 발표하고 유료로 사용자들에게 배포할 것이 틀림없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클래식.민속음악.팝등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웹사이트가 있다.이중 대부분은 음반사.매니지먼트회사등이 소속 가수의 홍보 목적으로 개설하거나 팬들이 정보교환을위해 자발적으로 개설한 것.인터넷을 통하면 구할 수 없는 음악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곡들이 올라와 있지만 지금까지는 보위의 새 노래를 제외하면 모두 음반을 통해 발표됐던 곡들이다.
이중 일부는 이미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가상 레코드상」이라 불리는 웹사이트들은 유료로 음악을 전송해주거나 주문받은 음반을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최신곡이나 금지곡들을 전송받고 있다.현행법에 규정된 공연윤리위원회의외국음반 수입 추천 절차와 같은 심의제도나 사전여과 장치는 적어도 가상공간에선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쇄.전파매체의 뒤를 잇는 제3의 매체로 부상한 인터넷.과연이 거대한 가상공간이 음악산업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할 수있을까.항상 시대를 앞서는 음악인으로 자처해온 보위는 진지하게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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