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연극 "결혼 안한 여자" 주연 김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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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김세연(29.사진)은 지프를 몰고다닌다.재작년 구입한 것이다.늘씬한 외모와 달리 선머슴애 같은 성격탓이다.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지금은 골프에 빠져있다.시원시원한 그의성격은 무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지금까지 그가 출연했던 대다수의 연극들에서 보여준 거칠것 없는 감정표현과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연기등이 그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무척이나 감상적인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결혼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는 대학로에서 그는 「결혼 안한 여자」로 유부남과 지독한 사랑을 하며 좌절한다.하루에도 두번씩.바로극단 서전의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의 수인역 탓이다. 『여성 관객들이 특히 공감폭이 높아요.자신의 입장과 대비시켜 울고 웃어주는 관객들을 보면 연기자란 직업을 택한 보람을 느끼게 돼요.』 『결혼…』는 87년 뮤지컬배우로 시작한 김세연의 연기생활중 가장 많은 관객에게 그의 연기력을 과시한 무대다.다른 작품에 출연중인 동료배우들의 『관객많아 좋겠다』는 시샘이 왠지 싫지 않다.
『결혼…』는 지난 여름 연극가 최고의 인기작중 하나였던 여세를 몰아 최근 연장공연에 들어간 감성 페미니즘 연극.어려서부터절친한 친구사이인 정애와 수인이 각각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여자로 인생의 선택을 달리하지만 남아선호.남편 의 외도.유부남과의 열애등 현실의 벽에 부닥친 두사람에게는 어디에도 탈출구가없다는게 극의 메시지다.여성문제라는 논의 자체마저 「배부른 소리」라고 외쳐대는 절규가 있는 연극이다.
『작품마다 출연당시에는 이것이 한계다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이 내리고 난 뒤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어요.이번 작품만은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네요.』 20여편의 출연작을 통해 연기가 계속해 좋아졌고 이 연극을 계기로 정점에 올라섰다는 주위의 평은 이런 그의 자세가 만들어낸 부산물일 뿐이다.
글=이정재.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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