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이홍구 궁중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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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궁중무용을 보존하는 이유는 우선은 문화유산으로 삼기 위해서이고 다음은 그 춤이 미학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17일 호암아트홀)을 통해 궁중무용이 가진 손가짐.걸음걸이.자세가짐등의 춤사위와 한삼춤이 가진 우아함과 화려함,그리고 창사(唱詞).구호(口號).치어(致語)등 춤에 따른 노래의 무겁고도 의젓한 음악성을 오늘의 예술인들이 배워야할 점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춤은 각기 다른 예술적 특성을 가진 양반 계층이 향유한 왕실무용과 민간에서 행해온 무용이 있다.이번 이흥구의 공연은 오랜만에 본 궁중무용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졌다.많은 무용발표회를 보지만 궁중무용을 무대에서 보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갖게한 것같다.
이흥구는 평생 궁중무용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힘써온 사람으로김천흥(예술원 회원)옹의 후계자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학연화대무(鶴蓮花臺舞)』의 기능보유자이기도 하다.한마디로 이흥구는 무용계에서 무관심한 궁중무용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외롭고도 고독한 40년간의 생활을 이 무대를 통해 우리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민속무용은 모든 춤이 구전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한번 사라져 버리면 복원이 불가능하지만 궁중무용은 무보(舞譜)가 문헌에 나와있기 때문에 그는 20년동안 많은 궁중무용을 복원하였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연화대무』『춘광호』『춘앵전』『하황은』『처용무』『연화무』『무산향』『하성명』등여덟 종목이었는데 이중에서 학연화대무는 95년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을 처음 선보인 작품이기에 뜻이 있었 고 또한 『춘광호』와 『연화무』는 이흥구가 이번에 복원한 작품으로 초연이라는 점에서 큰 뜻이 있는 것같다.
이번 공연에서 우리가 느낀 것은 궁중무용이 이제까지 본 민속무용과는 그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춤사위는 물론 춤옷이라든가 노래,그리고 연주된 아악을 통해 민속무용과는 달리 아주 장중하고 화려하며 화사하고 우 아한 느낌을강하게 받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궁중무용 발표회는 그 옛날 궁중에서 행해왔던 그 현장,즉 궁중의 뜰이라든가 궁안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다.
정병호<무용평론가.중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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