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매케인, 2차 토론도 판정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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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대통령 후보 간 토론회가 7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렸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左)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右를 향해 걸어가며 답변하고 있다. [내슈빌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7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 대선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 매케인은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맞대결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매케인은 금융위기와 관련해 새로운 해결방안(주택 압류 위기에 몰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3000억 달러 투입)까지 제시했으나 오바마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토론 직후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 조사에서 ‘매케인이 이겼다’는 응답은 30%에 그친 반면 ‘오바마가 승리했다’는 반응은 54%였다. CBS방송이 부동층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오바마가 이겼다’가 40%로, ‘매케인이 승리했다’(26%), ‘무승부다(34%)’는 응답보다 많았다.

뉴욕데일리 뉴스는 “타운 홀 미팅 형식의 토론회가 과거와 달리 매케인을 구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웅변가가 아닌 매케인은 소규모 청중 앞에서 유머를 섞어 가며 차분하게 말할 수 있는 타운 홀 미팅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워싱턴 포스트 분석가인 로버트 카이저는 “매케인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숨가쁠 정도로 빠른 목소리는 그가 자연스럽지 못했고, 긴장했다는 걸 알려 준다”고 말했다. 카이저는 “오바마는 첫 번째 토론회 때처럼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를 견지했으나 여러 질문에 직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날 대선의 균형추를 깬 금융위기를 활용, 매케인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청중석에서 먼저 질문을 받은 그는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지난 8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했고 매케인이 지지한 정책의 최종 결정판”이라고 선제공격을 가했다.

매케인은 “금융위기의 책임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키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있으며, 거기엔 오바마의 친구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고치는 일엔 워싱턴의 진정한 개혁가인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누구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라면 상당히 좋은 선택일 것이나 다른 사람도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상위계층보다 중산층을 위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케인은 “멕 휘트먼 전 이베이(전자상거래업체) 회장을 좋아한다”며 “그는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130만 명의 생계를 책임졌을 정도로 일자리를 만들 줄 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국민에게 어떤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매케인은 “정부의 비효율과 의회의 선심성 특별예산 배정 등으로 생기는 낭비를 막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가정과 빌딩에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한국과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된 고효율의 차량을 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말했다.

외교·안보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력과 관련, 매케인은 “대통령이 직면하는 도전은 언제 무력을 사용하고, 언제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겐 직업훈련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경험이 부족한 오바마의 판단력으론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응원하고 지지한 사람이 매케인”이라며 “그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반격했다.

두 사람은 15일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마지막 3차 토론 대결을 벌인다.

오바마·매케인 간 두 번째 토론은 이전에 비해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았다. 청중과 인터넷 유권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에서 두 후보는 상대방을 매섭게 비판했다. 특히 수세에 몰린 매케인이 먼저 치고 나오면 오바마도 지지 않고 대응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나 토론 직전 양 후보 측이 주고받았던 노골적인 인신공격성 공방은 없었다.

 워싱턴=이상일, 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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