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연 우리에게 여당이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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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민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수인 152석을 줬다. 그러나 총선이 있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여당이 있기는 하는가"하는 의문이다.

지금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연구기관에 의해 확인됐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음을 공신력 있는 은행이 수치로 적시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대신 열린우리당은 집안 싸움.노선 투쟁에 날을 보내고 있다. 이라크 파병을 놓고는 철회를 하자느니, 안전장치를 강구하자느니, 시기와 규모를 재조정하자느니 등의 중구난방식 주장을 쏟아놓는다. 대통령 탄핵심판 중에도 총리 내정설이 나도는가 하면 대권주자 입각 논란으로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통일부 장관을 흔들어대고 있다. 개헌을 놓고는 4년 중임제니 내각제니 하면서 여과되지 않은 목소리들이 난무한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비롯한 국회제도 정비 문제에 대한 의견들도 제각각이다.

당내에서 벌어지던 '실용' 대 '개혁'의 언쟁은 주도권 쟁탈전 성격의 계파대결로 비화하는 조짐이다. 그 결과 당 기구 개편과 인선 작업도 표류 중이다. 이 와중에 의장과 원내대표.고문 등 핵심지도부는 불법대선자금으로 구속된 동료의원의 재판장에 우르르 몰려가 마치 재판부에 압력을 넣는 듯한 모습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이 군사정권 시절의 여당처럼 일사불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권의 난맥상이 국정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민을 안심시킬 책임이 있다. 정치가 믿음을 줘야 비로소 경제가 살아난다는 점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처신은 중요하다. 열린우리당을 향해 정해진 룰에 따라 질서있게 내부 논의를 진행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