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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8 3분기 펀드 평가] 덜 까먹어서 … SH자산 씁쓸한 1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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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등’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일반 주식형펀드 부문(설정액 1000억원 이상)에서 가장 잘했다는 운용사가 3분기 원금의 10.5%를 까먹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3.5%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낫다. 그러나 돈을 맡긴 투자자 입장에서는 씁쓸한 성과다.

그래도 순위를 매겨봤더니 상위권에서 1분기와 상반기 평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속된 약세장이 운용사의 판도를 바꾼 셈이다. SH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상반기 15위에 그쳤지만 3분기에는 1등을 차지했다. 김해동 주식운용본부장은 “상대적으로 시장에 덜 민감한 방어적인 종목 위주로, 철저히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따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효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밖에 알리안츠자산·기은SG자산·한화투신운용 등도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특히 ‘주식형 펀드의 명가’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체면을 구겼던 KTB자산운용이 이번에는 4위를 기록했다. 장인환 사장은 “1700선이 무너질 때부터 꾸준히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며 “주식편입 비중을 80%로 낮추는 등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금 확보에 주력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반면 상반기 코스피지수 하락률의 절반으로 수익률을 방어했던 JP모간자산운용은 거의 낙제점을 맞았다. -15%의 수익률로 평가 대상 운용사 가운데 거의 꼴찌였다.

30여 개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편입 종목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상반기에는 성과가 괜찮았지만, 3분기에는 이들 종목이 급락하면서 시장보다도 원금을 더 까먹었다. 한국밸류자산운용도 중소형주의 하락폭이 컸던 탓에 상반기 선전한 것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저조한 성적(-15.7%)을 기록했다.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 가운데서는 아이투신운용(-9.3%)·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10.9%) 등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김영배 주식운용팀장은 “장기 전망이 밝은 30여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데 이들 종목이 그나마 낙폭이 덜했다”며 “게다가 현재는 주식 편입 비중도 80% 초반에 불과할 정도로 현금 비중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30조원을 굴리는 국내 최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8%의 수익률로 체면치레는 했다. 1분기와 상반기 각각 1등과 2등을 차지한 동부자산운용은 3분기에는 중간 수준의 성과(-13.2%)에 그쳤다.

다른 부문(설정액 300억원 이상)에서는 성과가 엇갈렸다. 배당주식과 중소형주식 부문에서는 각각 우리CS자산운용(-9.4%)과 유리자산운용(-14.4%)이 1등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인덱스 부문에서는 하나UBS자산운용(-12.3%)이 가장 나은 성과를 거뒀다. 주식혼합형에서는 KTB자산운용(-3.4%), 채권혼합형은 아이투신운용(-2.2%), 채권형에서는 알파에셋자산운용(1.6%)이 선두를 차지했다.

증권팀 = 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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