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잠수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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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군사전문가 제임스 더니건은 『전쟁의 방법』이란 책에서 잠수함 지휘관은 특별한 신념과 자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잠수함에선 적을 볼 수도,들을 수도 없다.모든 판단은 계기(計器)에 의존한다.적에 대한 공격이 일단 실패로 돌아가 면 그 순간부터 적이 압도적 우위에 선다.이때부터 잠수함 승무원들은 「통」안에 갇힌 신세가 된다.
이같은 약점에도 불구,현대해군에 잠수함이 불가결한 이유로 더니건은 몇가지를 들었다.우선 잠수능력이다.잠수함은 일단 잠수하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다음은 원자력 엔진이다.원자력 엔진이도입되기 전까지 잠수함 기능은 제한돼 있었다.원 자력 엔진으로잠수함은 수중에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됐다.여기에 강력한 탐지장치가 개발돼 수면위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됐고,어뢰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사정거리가 확장됐다.
잠수함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다.그러나 무기로서 잠수함의 중요성이 입증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잠수함은 불시에적함을 공격하고 적국 연안을 비밀정찰하는 한편 항구에 기뢰를 설치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제1차 세계대전후 열강(列强)은 잠수함건조경쟁을 벌였다.제2차대전에선 잠수함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대서양에선 독일 U보트가,태평양에선 미국 잠수함이 맹위를 떨쳤다.
1954년 미국 잠수함 노틸러스는 핵잠수함시대를 열었다.원자로엔 산소공급이 필요없기 때문에 수면.수중항해에 일정한 동력을계속 공급할 수 있게 됐다.핵잠수함 출현 이전엔 수면에선 디젤엔진,수중에선 축전지를 사용해야 했으므로 장시간 .고속잠수가 불가능했다.지난 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 핵잠수함 콘커러는아르헨티나 고속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를 48시간이나 추격,격침시켰다.핵잠수함은 또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전략잠수함을 출현시켰다.핵미사일을 싣고 적국 해안에 접 근,공격을 가하는 가공할 무기다. 95년 현재 세계 43개국이 6백여척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북한은 26척을 보유,숫자상 세계 4위다.이번 동해안에서 좌초된 북한 잠수함은 이미 알려진 잠수함들과는 별도의 특수공작용이다.북한은 10척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 잠수함에 대한 방어태세를 더욱 단단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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