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無정쟁' 놓고 당내 政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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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中)가 6일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상생의 정치는 무조건 안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책임정치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그러더니 메모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6일 아침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일어난 일이다.

회의가 열리자마자 정의화 총무권한대행과 김영선 상임운영위원은 朴대표의 '상생의 정치론'을 문제삼았다. 鄭대행은 "상생의 정치는 참 좋지만 야당의 존재 가치가 집권 여당 견제에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金위원도 "우리가 내용 없는 것에 대해 정쟁을 하지 않는다는 건 좋지만 국가운영의 기본 흐름 같은 문제에 대해선 단호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난 朴대표는 메모지를 보면서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상생의 정치는 무조건 안 싸운다는 게 아니다. 국민이 볼 때 속보이게 당리를 위해 (싸우지)않겠다는 것이다. 국익을 위한 우리의 주장은 확고하게 해야 한다.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집권 여당과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등에 대해 4년 후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를 서로 하자는 거다."

朴대표의 '무정쟁(無政爭)' 노선이 한나라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뿐만 아니다. 지난 4일의 4선 이상 중진모임, 5일의 재선의원 모임에서도 참석자들 중 일부가 朴대표에게 "야당이 어떻게 싸우지 않는 정치를 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 영남권의 최병국.김정부 의원 등은 "야당은 야당답게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여야 대표회담 후 검찰의 당사 가압류 선언 등이 뒤따르자 대여 강경파들은 "야당은 싸우지 않으면 여당에 말려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朴대표의 입장은 "국민이 정확하게 판단을 할 것"이라며 흔들림이 없다. 한 측근은 "상생의 정치는 과거 당의 눈으로 바라보던 정치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난관은 적지 않다. 17대 국회 원 구성 논란, 후임 총리 논란 등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어떤 대응을 할 건지도 숙제다. 朴대표는 요즘 여러 사람에게 "헌재 결정이 나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묻고 다닌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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