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을 바로 알려는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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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한의 한국통일학술포럼과 북한의 사회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하고,중앙일보가 주관한 「통일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4일간의베이징(北京)대토론회가 막을 내렸다.나진.선봉투자유치설명회에 우리측 참가가 무산된 시점에서 열린만큼 이 학술 토론회에 국내외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학술토론회에서 극적인 중대 뉴스가 나올 수는 없었지만 남북간 대화와 토론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래의 남북간 대화가 언성을 높여 체제우월성을 강조하는 선전장이었음에 비해 이번 학술대회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과 뜻을알리는 조용한 대화의 장이었다.북한학자 9명과 남한학자 20명,해외학자 4명의 통일전문가들은 나를 자랑하지도 않았고 남의 잘못을 탓하지도 않았다.북쪽은 정권차원의 발언이나 비방을 하지않았고,남한쪽 역시 북쪽의 유일체제나 식량부족을 거론하지 않았다. 나와 남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기본적 인간관계가 남북대화에서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토론을 통해 분명해졌다.북한을 「나」 아닌 남으로 보는 현실속에서 「남」을 얼마나이해하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대화와 교류가 성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다.독일의 송두율(宋斗律)교수가 지적했듯이 남이 된 나를 남이 아닌 나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관찰하려는 노력이 우리쪽에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와 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남과 나의 차이를 보다 분명히 알고 그 차이를 강요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서로 다른 체제를 나의체제로 강요하지 않고 다른 체제속의 협력과 지원을 하자는게 경제협력이다.남북한 학자들이 군축이나 평화협정부문 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경협에 관한한 합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의 일체감 표현이다.
「민족」「평화」「연방제」 모두가 한글이지만 북이 쓰는 민족개념이나 평화개념이 남쪽과 어떻게 다른지 연구하고 또 알려는 노력도 필요하다.차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오해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대화와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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