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실물경제 나빠져 주가 더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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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증시가 ‘마일스톤(이정표)’ 지수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마일스톤 지수란 주식시장에서 지수의 큰 단위가 바뀌는 전환점을 뜻한다. 미국 다우지수는 6일(현지시간) 4년 만에 1만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4000선 주변에서 움직이던 프랑스 CAC40 지수는 사상 최대 폭인 9.04% 하락해 3700선으로 떨어졌다. 세계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7일 반등하거나 급락세를 멈췄으나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흔들리는 선진국 증시=미국·유럽은 증시 선진국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하루 5%쯤 떨어지는 건 예사다. 미국 의회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달 미국 일자리는 15만9000개나 줄었다. 가뜩이나 집값·주식값이 떨어져 사람들이 지갑 열기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고용까지 나빠지면 소비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건이 안 팔리면 기업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도 장기적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임기가 끝나 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말발’이 안 먹히는 것도 문제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책임연구원은 “다음달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미국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주식시장을 크게 출렁이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미국은 그나마 단일 국가여서 정부의 통제력이 발휘될 여지가 있지만 유럽은 그게 잘 안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자칫 각국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보다 주가가 더 들쭉날쭉한 이유다. 실물 경기도 안 좋다. 유럽 주요국은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더 불안한 신흥국 증시=세계 주요 신흥국의 주가를 모아 만든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6일 전날보다 9.6% 하락했다. 1987년 이 지수가 생긴 뒤 최대 낙폭이다. 덩치 큰 나라 중에선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러시아·브라질 증시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있어서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주요국 경제가 나빠져 소비가 줄면 그간 투자한 공장 설비를 놀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0%는 부동산 투자에서 나왔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들이 이번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IMF는 7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흥국들은 이번 위기의 최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이번 위기의 연쇄효과에 의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과소 평가하면 안 된다”면서 “종합적인 주식시장 안정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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