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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건강백과>아픔 함께하며 再活 도와-투병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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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난치병이나 만성병등 불우한 처지에 있는 환자들의 투병모임이 크게 늘고 있다.이들 모임은 아픈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고 의학정보를 교환하면서 투병의지를 높이는가 하면 다른 환자의 재활을돕는등 「함께 하는 사회」를 위한 봉사자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질환별 주요 투병모임과 이들의 활동내용을 소개한다.
선반위의 화공약품이 쏟아져 얼굴.목.가슴에 3도이상 화상을 입었던 韓모(35.여)씨는 한때 포기했던 삶을 추스르고 두번째성형수술을 기다리고 있다.옛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얼굴,턱에 붙어버린 입술로 식사마저 불가능했던 그가 삶의 의욕을 가진 것은 오로지 같은 화상환자들의 모임인 한울회 덕분이었다.전세금을빼내 치료비를 마련했던 그에게 턱없이 부족한 성형수술비를 지원해주는가 하면 끊임없이 찾아와 격려해줌으로써 좌절감으로 쓰러지던 그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
전직 고급공무원이었던 金모(52)씨 역시 투병모임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3년전 중풍으로 편마비가 된 그는 2년여를집안에만 틀어박혀 자포자기 생활을 했다.그러나 사회복지사 도움으로 자신의 질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그는 지 난 6월 석류회라는 중풍환자 투병모임을 만들었다.자신의 재활은 물론 컴퓨터를 배워 회보를 만드는등 다른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시작했다. 이같은 모임의 효시는 간질환자들이 가입하고 있는 장미회.65년 미국 감리교 로빈슨 선교사에 의해 만들어져 74년 사단법인화했고 네팔.중국 옌볜(延邊)과 몽골의 간질환자 단체에의약품을 지원하는등 국제적 봉사단체로 성장했다.현재 전 국에 80개의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고 회원은 9만명.지역별로 환자가족 모임과 상호방문은 물론 취업알선.결혼중매등을 하면서 일체감을 갖고 있다.
단순한 투병모임이 사회단체로 성장한 것으로 다운회(279-2426)를 들 수 있다.93년 다운증후군 어린이의 부모 9명이만든 다운회는 현재 서울장충동에 다운센터를 설립,재활및 직업훈련.취업알선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장기로 새삶을 얻은 이식인 모임들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이식받은 새생명클럽의 회장은 『아 대한민국』『잊혀진 계절』로 유명한 작사가 박건우씨.현재 회원은 2백60명으로 이식 대기중인 환자를 찾아가 치료경험담을 들려주며 투석받는 사람들을 격려한다.신 장을 기증한 사람들의 모임인 신기회와 함께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또 대한이식인연합회는 5개 지부 3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이식인 체육대회를 개최하는등 사회단체로 성장했다.
자가면역질환인 전신성홍반성낭창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13년전결성한 루프스환우회는 최근 6개월에 걸쳐 『루프스환자의 자기관리』라는 책자를 만들어 이 질환의 계몽에 힘쓰고 있다.정기적인환자교육.상담과 함께 사단법인 「사랑의 지팡이 」에 극빈환자의치료를 주선해주는 것도 이들의 몫.
이밖에도 인공달팽이관을 이식받은 난청환자 모임인 인공와우자회,치매환자를 두고 있는 치매가족회등 국내 투병모임은 줄잡아 60여개가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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