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할리우드 영화 한국서 찍게 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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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WWE 영화부문 마이클 레이크 사장(左)과 로케이션 전문가 빌 보울링.

 “요즘 두 가지 큰 조류는 디지털 시각효과와 재정적 인센티브입니다. ‘300’이나 ‘스피드 레이서’는 야외촬영없이 실내 스튜디오에서 전부 촬영해 디지털 효과를 결합한 영화입니다. 2년 전 ‘스피드 레이서’를 일본에서 촬영하려고 로케이션을 물색하고 있는데, 독일 정부에서 900만 유로(약 15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찍은 겁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유치를 고민하는 아시아 각국 영상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로케이션 전문가 빌 보울링이 들려준 조언이다. 그는 워너브러더스의 대작을 비롯,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40여 편의 촬영지 선정에 참여해온 베테랑이다. 부산영화제 초반 부산영상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제1회 아태 영상정책포럼의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여기에 영화 촬영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나라들의 지도가 있습니다. 캐나다는 현지에서 쓴 인건비의 70%를 환급해줍니다. 호주·뉴질랜드·몰타·싱가포르·남아공 등도 비슷한 제도가 있고요. 미국 대형 영화사는 영화를 제작할 때 2가지 이상의 예산안을 세웁니다. 네 곳 정도의 로케이션을 검토하고, 그중 최선의 것을 고르지요. 그러니까 일단은 재정적 지원제도를 만들어서 이 지도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물론 이 세미나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만을 겨냥한 촬영 유치의 난점도 제시됐다. 프로레슬링으로 유명한 WWE의 영화부문 사장 마이클 레이크는 “자국 영상산업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재정적 지원만 아니라 현지에 숙련된 스태프들이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시각효과로 촬영과 후반작업 모두 과거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가능하게 됐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지적됐다. 빌 보울링은 “디지털 후반작업을 위한 촬영 스튜디오는 통상적인 스튜디오보다 더 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시각효과 중에도 할리우드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은 최첨단 기술”이라며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은 영화 촬영 단계에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예컨대 6개월 뒤에나 완성될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기에 제일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빌 보울링은 “가장 위대한 나라(nation)는 상상력이란 나라(imagi-nation)”라는 말을 인용했다. 창의적인 이야기야말로 투자·제작 등 다양한 공조를 끌어내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얘기다.

부산=이후남 기자 사진 제공=부산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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