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도컵축구>거친태클에 개인技 설땅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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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에서는 테크니션이 살아남을 수 없다.』 2002년 월드컵 유치경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5월24일 이탈리아 프로명문AC밀란 소속으로 내한해 한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장 피에르 파팽이 김포공항에서 떠나며 남긴 말이다.
파팽은 『한국선수들의 투지는 놀라울 정도나 결코 바람직스럽게생각되진 않았다』며 한국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노 생큐』라고 손을 저었다.
파팽을 질리게 만든 한국축구의 인상은 한마디로 「거칠다」는 것.거친 플레이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고도의 기술적인 포장이 필요하다.
스페인리그는 유럽대륙에서 가장 거친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을 듣고 있음에도 「폭력축구」라는 비난은 없다.
후기리그 초반부터 선두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골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내용으로 축구팬들의 호응을 사고 있긴 하나 속출하는파울과 잦은 부상이 「옥에 티」다.
천안일화의 수비수 P선수는 3전방에서 날아드는 살인태클로,울산현대의 수비수 C선수는 교묘한 팔꿈치 가격과 박치기로 성가(?)를 떨쳐 공격선수들간에 기피인물로 꼽힌다.공격수 중에는 현대의 S선수가 태클해 들어오는 선수에 대한 강력한 보복과 거친발길질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공포축구로 올시즌에도 고정운(일화).바데아(삼성).김주성(대우).김도훈(전북).비탈리.노상래(이상 전남)등 날고긴다는 간판스타들이 줄줄이 스파이크화에 찍혀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이래가지고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프로축구의 ■ 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거친 플레이를 제어해 페어플레이로 이끄는 것은 심판의 책임이다.전가의 보도인 경고.퇴장.페널티킥 선언등으로 엄격히 제한한다면 「달리는 인간흉기」들은 설 곳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가장필요한 것은 정정당당하고 멋진 승부를 지향하는 지도자.선수들의자각과 「동업자 의식」일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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