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예산權 쥔 무서운 次官級-교육감 어떤 자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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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감이 도대체 어떤 자리길래.
서울시교육감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교육위원 5명이 무더기로 구속된데 이어 이용희(李龍熙)국민회의 부총재도 거액의 뇌물을 받고 선거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염규윤(廉圭允)전북교육감이 거액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등 「돈선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도덕적이고 명예직이어야 함에도 선거에서 수억원대의 뇌물까지 써가며 당선되려 하는 「교육감 자리」에 새삼 관심과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집행기관의 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다.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 1백96만7천여명의 학교.사회교육 문제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자격요건도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으로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 15년 이상이거나 두 경력을 합해 15년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교육감은 공무원 보수규정상 지방정무직 차관급 지위에 해당한다.봉급도 그에 따른다.본봉 1백96만3천원에 직급보조비 1백10만원등 한달에 받는 보수는 3백만원이 넘는다.상여금을 포함한연봉은 5천8백여만원이다.판공비는 시.도 형편에 따라 규모에 차이가 있으나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공식적으로 한달 1백2만5천원에 이른다.
교육감은 우선 교육업무와 관련한 조례안 작성권과 예산안 편성권을 갖는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이 웬만한 광역지자체 수준을 웃도는 2조6천2백5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예산안 편성권이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학교나 또다른 교육기관의 설치와 이전.폐지에 관한 사항과 교육시설.설비및 교구에 관한 사항도 모두 교육감이 책임지고 처리한다.학원의 설립.운영등 사회교육과 관련한 사항도 마찬가지다.
교육감의 권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소속 교육청 직원과 교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서울의 경우 교사 7만여명과 시교육청및 11개 지역교육청의 전문직.일반직 직원 1천6백여명의 인사를 직.간접으로 교육감이 좌우하게 된다.
교육감의 권한이 이러하다 보니 교육감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인사는 물론이고 학교.교육시설의 이전.매입등 각종 업무를 빌미로 이권에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
인사청탁과 관련해 과거 교육계에서 회자되던 「장천.감오백(長千.監五百)」(교장이 되려면 1천만원,교감은 5백만원)이라는 말은 이같은 세태의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사비리 또는 이권과 관련한 뇌물수수등으로 교육감이 구속되거나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있다.과거 교육감이 사립학교의이전승인과 학교부지 사용료 인하,교사의 인사청탁을 둘러싸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거나 교사신축과 관련한 독직사건때문에 사임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이번 교육감 「돈선거」파문은 교육감 자리가 갖는 매력과함량미달 인사라도 돈을 쓰면 당선될 개연성이 있는 현행 교육감선출 방식이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교육자치제가 실시된 91년 3월이후 시행중인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은 민선이라 하나 후보등록 절차없이 시.도 교육위원회에서무기명 비밀투표로 교육감을 뽑는 「얼굴 없는 교황선출식」이기 때문에 물밑선거 과정에서 금품살포설등 잡음이 끊 이지 않았다.
현재 전국 15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서울.전북을 비롯한 6개 시.도 교육감은 민선 2기를 맞았고 나머지 시.도는 민선 1기 교육감이 재임중이다.
이번 교육감선거 파문이 더해져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은 이래저래 바뀔 수밖에 없는 처지다.교육개혁위원회는 지난달 입후보 등록과 공개적인 소견발표 과정을 거쳐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는 교육감 선출방법 개선안을 내놓았으며 관련법 개정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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