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칼럼>할리우드 컴퓨터는 만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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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컴퓨터가 그래픽을 다루는 수준이 높아지자 영화에서 진짜보다 더 실감나는 특수효과가 용이하게 되었고 최근의 히트작들은 예외없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의 본격적인 구사는 지난 91년 시작됐다.『터미네이터 2』라는 영화에서 T-1000 로봇은 신체가 자유자재로변형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을 열광시켰다.
같은 해 나온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가 3D방식(3차원의 소프트웨어 이미지 모델을 사용하여 그려내는 방식)으로 그려낸 무도장의 배경은 입체감과 색감에서 압권이라 할 만하다.할리우드의 전문가들은 컴퓨 터 그래픽의우수성과 경제성에 감탄하였고 같은해 디즈니사와 픽사르사는 카메라를 쓰지 않고 순전히 컴퓨터 애니메이션만으로 장편 영화를 만들자는 합의에 도달해 『장난감 이야기(Toy Story)』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회오리 바람에 젖소가 날아 다니고(회오리바람;Twister),영.불간 해저터널에서 헬기가 날아가는 묘기를 보이고(제5전선;Mission Impossible),뉴욕 하늘을 덮는 거대한우주선이 등장(인디펜던스 데이)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입체 모델을 사용해 컴퓨터로 그려낸『장난감이야기』야말로 새 차원을 연 기술적 개가로 생각되며 고인이 된게리 쿠퍼와 마릴린 먼로가 다시 은막에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장래의 액션스타들은 연기 없이 자신의 생김새와 음성을 라이선스 해주고 출연료를 받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속적 관념에 따른 인기에 영합하는 속성을 지닌 할리우드는 컴퓨터를 영화 줄거리의 소재로 다룰 때는 유치한 플롯을도입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컴퓨터가 마술지팡이로 둔갑하는 것이가장 흔한 예다.『제5전선』의 주인공은 남의 인터네트 계좌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짓을 밥먹듯 하고 『독립기념일』에서는 해커가 노트북 컴퓨터로 외계인의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기도 하는데컴퓨터를 매일 쓰면서도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기절할 난센스다.
김찬웅 在美 뉴미디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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