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금리 10%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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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연 10%를 돌파했다. 변동형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자 쇼크’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이 와중에도 대출이 계속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3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일 현재 연 8.4~10%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권이 고정형 대출을 선보인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금 1억원을 대출받으면 1년 전에 비해 월 18만3000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국민은행(최고 금리 연 9.81%)과 우리은행(연 9.74%)의 고정형 대출 금리도 연 10%에 바짝 다가섰다. 국민은행 임병수 개인여신 부장은 “은행들이 고정형 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금이 마른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3년짜리 은행채 금리는 최근 2주 새 0.78%포인트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의 93%를 차지하고 있는 변동형 대출의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주보다 금리를 크게 높여 연 8.05~8.4%의 금리를 이번 주에 적용한다. 이는 변동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일 현재 연 5.88%로 1월 10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1억원을 빌린 사람은 1년 전에 비해 월 4만5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하루, 일주일 등 초단기 거래에만 돈이 몰리면서 은행채 같은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금리 상승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올 들어 8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19조1000억원(6.6%) 늘어 전체 잔액이 307조5000억원에 달했다.

부실화 우려에 대해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연체율이 낮고, 집값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8.8%에 그치고 있다”며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0.38%)·보험(0.72%)에 비해 상호금융기관(2.45%)·저축은행(6.31%)의 연체율은 높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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