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등급 세계 30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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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세계 30위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우리나라를 모두 A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A2,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A, 피치는 A+를 부여하고 있다. 신용평가 회사마다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A등급’은 해당 국가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은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피치 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미국·일본 등 24개국이다. 무디스 기준으로는 32개국, S&P 등급에선 28개국이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우수했다. 우리보다 등급이 높은 나라는 대부분 서구 선진국이다. 아시아에선 대만·싱가포르, 오일머니가 많은 중동의 일부 국가가 우리보다 등급이 높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는 칠레·바레인·오만이다.

등급 조정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향후 전망도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무디스와 S&P는 ‘안정적’으로 평가했고, 피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긍정적’은 앞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고, ‘안정적’은 현재 등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국 중앙은행과 주요 기관은 국가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며 “세계적 금융 불안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등급이 낮은 나라부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지레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다. 막상 문제가 불거지면 신용평가사들은 급격하게 등급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AA-로 지금보다 좋았다. 그런데 신용평가사들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3개월 동안 등급을 10단계나 끌어내렸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외화유동성 상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의 달러 수급 사정이 전 세계 금융 불안과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로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주요 선진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 외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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