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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 내달말 일반에 개방-고종生家 노안당.노락당등 복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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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시내 고궁이 이번 가을 잇따라 복원,보수공사를 마치고 일반인에 선보인다.
창덕궁 낙선재(樂善齋)가 지난 1일 5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데 이어 10월 하순에는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의 사저였던 서울운니동 운현궁(雲峴宮)이 복원돼 문을 연다. 낙선재는 조선 왕족의 마지막 거처였던 유서깊은 건물이다.
조선 헌종때(1847년) 후궁 金씨를 위해 건립된 낙선재는 고종.순종황제의 편전(임금이 평소에 거처하던 궁전)으로 사용됐고순종황제의 계비에 이어 황태자 영친왕 이은(李垠)공 과 황태자비 이방자(李方子)여사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낙선재는 낡은데다 이방자 여사가 26년간 살면서 건물을 현대식으로 고쳐 옛 모습과 달라졌다.
문화재관리국은 1900년 작성된 궁궐배치도와 관계 전문가의 고증을 참고로 92년부터 복원을 위한 보수공사를 해왔다.공사에선 이방자 여사가 살던 시절 설치된 화장실.욕실.주방등 현대식시설을 철거하고 일본식 건물인 신관과 안내실,시 멘트 담장을 허물었으며 주변의 일본 향나무등을 뽑고 매화.살구등 우리 고유수종을 심었다.
운현궁(사적 제257호)은 한말의 풍운아 흥선대원군의 사저(私邸)이자 고종의 생가다.1863년부터 1872년까지 대원군이서원철폐.경복궁 중건.천주교 탄압등 숱한 수구정책을 펼쳤던 현장이며 고종과 명성황후가 가례(嘉禮:왕세자나 왕 세손의 결혼식)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전성기의 운현궁은 지금의 덕성여대 교육원을 포함해 앞으로는 일본문화원과 효제초등학교 운동장 중간,뒤로는 삼환빌딩까지 1만평이 넘게 펼쳐져 궁궐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대원군 사망후 쇠락의 길로 들어서 지금은 부지 대부분이 잘려 나갔다.
서울시는 93년 대원군의 5대손 이청(李淸)씨로부터 운니동 114에 있는 2천1백48평 규모의 현 운현궁을 83억여원에 매입,32억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해왔다.
93년부터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일제가 덧만든 방들과 안마당에 지어 헌병대로 사용한 왜식건물,극장.식당.다방등이 들어있던 도로 변의 가건물이 말끔히 정리됐다.썩은 기둥과 지붕.바닥등 건축재의 70%가 교체됐으며 마당엔 작약.매화 .단풍등을 심어 사대부의 정통 정원을 되살렸다.
복원된 건물은 노안당(老安堂.사랑채).노락당(老樂堂.안채).
이로당(二老堂.안채).제전소(製典所.주방).수직사(守直舍.당직실)등 5개동이다.
이밖에 담을 따라 73평 규모의 회랑(복도)을 새로 설치해 관리사무실.휴게실등이 들어서게 했다.
제전소에는 철종비의 가례복등 서울시가 후손으로부터 기증받은 대원군 집안의 유품 1백91점과 추사(秋史)김정희(金正喜)가 쓴 현판등이 전시된다.
서울시는 운현궁을 오는 25~27일께 유료공원으로 개장하고 기념행사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국혼례(國婚禮)를 재현할 예정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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