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우선 과제는 국가경쟁력 강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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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4일 발표한 '2004년 세계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인도에 밀렸다. 대만.말레이시아.중국 등에 이미 뒤진 데 이어 올 들어 인도에까지 밀림으로써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우울해진다. 노사 관계가 지난해에 이어 꼴찌인 60위였다. 정치권과 정부의 경제운영 성과 및 정책의 일관성, 대학교육의 질도 50위 안팎의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반면 기업의 개혁 마인드, 경영진의 국제 경험 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초고속통신망.특허건수 등 과학기술 인프라도 상위권이었다.

노사.정치.정부.교육 등이 한국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 각 부문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들 부문의 낙후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쟁국들이 성큼성큼 앞서나가고 있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IMD 보고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안정된 노사관계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경쟁력 강화는 머나먼 남의 얘기일 뿐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더 이상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라는 해묵은 논쟁도 경쟁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제들이다.

그나마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만나 대화하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나선 것은 한 가닥 희망을 안겨준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경제주체들은 이제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도 생산적인 내용을 도출해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