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그 신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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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16면

LG 트윈스 밑에 아무 팀도 없다. 최하위다. 그들은 올해도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 가을이 더 쓸쓸할 수밖에 없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77>

  LG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의 손님이었던 해는 2002년이다. 그동안 이광환·이순철·김재박 감독을 비롯해 많은 코칭스태프가 교체됐고 비싼 몸값의 자유계약 선수가 영입됐다. 기대주들이 매년 신인 유니폼을 입었고 외국인 선수도 줄줄이 바뀌었다. 그런데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적이 부진하자 LG의 트레이드 마크 ‘신바람’도 사라졌다. 이기지 못하는 야구에 신바람이 생길 리 없다. 그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그날을 기억한다. 2002년 11월 1일. 광주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LG가 정규시즌 2위 KIA를 3승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 짓던 날이다.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던 LG는 4,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신바람을 거세게 일으켰다. 그해 LG는 5위 두산과 승수(66승)는 같았지만 승률에서 앞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었다.

  그날 승리가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 3루 쪽 LG 더그아웃을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은 LG 구단의 사장이었다. 그는 김성근 당시 감독을 얼싸안으려 하며 “장합니다! 정말 장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진한 포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멋쩍은 듯 몸을 피하며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형식적 악수를 나눴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로 향했다. ‘기적의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2승4패로 졌지만 그들에겐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이라는 시즌을 마치고 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해임했다. 명분은 ‘구단이 추구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구단이 포옹을 원하면 감독은 당연히 가슴에 달려와 안기는, 그런 야구를 하기 위해서. 거기서부터가 비극이었다. 감독을 다시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이 자신의 손으로 신바람을 일으키려는 문화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LG는 구단과 현장(코칭스태프)의 괴리를 극복하는 듯했다. 순위도 5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그 시절의 ‘신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성적이 말해 준다. 왜 그럴까. 선수들의 창의력을 키워 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재박 감독은 자신의 저울에 선수의 플레이를 올려놓는 스타일이다. 그는 팀 성적 부진에 대해 때때로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 말의 함정은 여러 군데 있다. 그 수행능력 떨어지는 작전을 지시하는 건 감독 자신이며, 그런 선수를 그 타이밍에 기용하는 것도 감독이다. 그 과정에서 정작 선수들은 방향을 잃는다.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 병사들은 그저 오합지졸일 뿐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팀은 롯데다. 2000년 이후 가을마다 집에서 TV로 야구를 봤던 롯데는 이번 가을에 경기장으로 간다. 롯데의 새 감독 로이스터는 선수를 바꾼 게 아니다. 그는 선수들의 생각을 바꿨다. LG가 신바람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 방법이어야 한다. 구단이, 감독이 신바람의 주도권을 가지려 할 게 아니다. 선수들의 신바람을 가슴에서 꺼내야 한다. 그들을 신바람에 춤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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