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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국내 트레일 코스 개발하는 박승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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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앞으로 산행(山行)의 개념은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뀔 것입니다. 트레일(trail)은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반과는 달리 산길을 따라 산촌 부락을 지나고 계곡도 건너며 자연 환경을 감상하는 전천후 아웃도어 레포츠입니다."

국내 주요 산악에 트레일 코스 50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매주 답사에 나서고 있는 산악인 박승기(朴承基.48.건축 컨설턴트)씨.

그는 "미국의 국립공원 등지에는 수많은 트레일 코스가 개발돼 있어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부담없이 자연을 즐기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주5일 근무가 확산되고 가족 단위의 레저 활동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 트레일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일은 위험하지 않고, 그래서 별다른 장비가 필요없는 데다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향토문화.역사.인문지리를 두루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오붓하게 산야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다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보너스로 주어진다.

트레일을 즐기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지도를 읽는 능력, 즉 독도법이다. 코오롱등산학교에서 20여년간 독도법을 강의해온 朴씨는 "요즘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의 보급으로 독도법이 빛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산행의 기본은 지도"라고 말했다.

朴씨는 그러나 "정식 등산과는 달리 트레일에서의 독도법은 길을 찾아낸다기보다 산행을 떠나기 전에 쉴 곳과 물을 보충할 곳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말했다.

트레일을 위해서는 개념도(정상을 기점으로 주변을 나타내는 지도)가 아닌 트레일 지도(정상을 배제하고 숲속의 희미한 길만을 이어 만든 그림지도)가 필요하다.

朴씨는 이를 위해 트레일 코스 답사와 관련 자료 정리에 여념이 없다. 얼마 전에는 3박4일 일정으로 경북 봉화군 석포리에서 출발해 청옥산~태백산~함백산~싸리재~면산을 잇는 80㎞의 긴 코스를 답사했다.

朴씨는 트레일 코스를 테마별로 구분하고 동행자에 따라 실버.연인.가족.친구.동호인 등 다섯 종류로 나누어 개발할 생각이다.

朴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형을 따라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간 것을 계기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시절에는 76일간에 걸쳐 태백산맥을 종주(부산 금정산~설악산)했고, 국내 해안선을 도보로 탐사했으며, 똑같은 산행 패턴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서부터 2박3일간 뛰어서 설악산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글=김세준,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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