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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50억 달러 더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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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개별 은행에 달러를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외화 차입이 막힌 은행들이 기업에 달러를 제대로 대 주지 못하자 정부가 부족분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을 풀어 주려는 의도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금융 불안으로 실물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 외화 조달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수출기업들의 무역어음 매입도 꺼리고 있어 수출업체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다음주부터 개별 은행이 수출 중소기업의 무역어음을 할인해 주면 수출입은행이 이를 재할인하는 방식으로 50억 달러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필요하다면 공급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서울 외환시장이 끝난 뒤 발표돼 환율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50원 폭등한 달러당 1223.5원으로 마감했다. 2003년 4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다.

기업은행 이명훈 외환딜링 팀장은 “외화자금 부족현상이 심화되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도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달러를 사겠다는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늘면서 외환보유액은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2396억7000만 달러로 전달에 비해 35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감안하면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올 들어 전체적으로는 225억5000만 달러가 줄었다.

이와 함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뜀박질을 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날 91일물 CD 금리는 연 5.88%로 전날보다 0.03%포인트나 급등했다. 올해 1월 10일 5.8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국 상원은 1일(현지시간)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긴급경제안정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지난달 29일 하원에서 부결된 구제금융 법안에 감세안 등을 추가해 찬성 47표, 반대 25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3일(현지시간) 다시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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