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유위기 대처능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동(中東)으로부터의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라크에대한 미국의 2차 공격이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정부도 비상대책기구를 만들고 사태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 지의 62% 가량이 석유이고,이 석유의 76% 가량은 중동에서 들여 온다.
그러나 우리의 석유비축량이 50일 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걸프지역사태가 국내 유류수급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문제는 물량확보 보다 고유가(高油價)기간이 얼마나 지속될것이며,이로 인한 물가상승 가능성을 차단하는 우 리의 능력일 것이다. 연초 16달러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산 유가는 현재 배럴당 20달러선에 가있고 어제 오늘의 뉴욕시세는 24달러선까지 치솟았다.국내유가는 이미 7,8월중 14% 이상의 환율변동폭을반영했기 때문에 상당히 오른 수준에 와있다.이번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상승폭이 반영되면 4분기 유가상승은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만약 국제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우리의 4분기 석유수입대금 추가부담액은 약 4억~5억달러에 이르고,소비자물가는 0.03% 오른다.미증유의 국제수지적자를 보고 있는 우리로선 예상치못한 타격을 입게 되며,5%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물가에도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왜 석유위기의 대응력이 이처럼 약한가를 다시 한번 반성해야 한다.물론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은 나와 있지만 그것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좀처럼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우선 석유소비증가율 세계 1위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을 떨쳐버리려면 석유 다소비 산업구조에서 저소비구조로 전환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이웃 일본은 70년대 석유위기 이후 이 구조전환에 성공,외부의 에너지 위기에도 끄떡 안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해놓았다.아울러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생(省)에너지 대책에도 범국민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