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군함의 한국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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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군함 2척이 일제패망후 처음으로 50여년만에 부산항에 입항했다.일본 해군기를 펄럭이며 부산항에 정박한 군함의 모습은 한.일간의 불행했던 과거로 말미암아 한국국민이라면 누구나 소회없이 지나쳐 볼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이번 방문 은 한국 해군사관생도를 태운 순양함이 94년 12월 일본을 방문한데 대한답방형식이며,일본 자위대 초급장교 1백30명의 세계순방 일환으로 이뤄졌다.한.일 국방장관은 94년봄 양국의 안보이해를 넓히기 위한 일환으로 함대 상호방문을 합 의했었으나 여러 사정으로일본 답방이 늦어졌다.
우리는 일본군함의 방문을 불행했던 과거의 잣대로나 복고(復古)적.소아병적 민족주의 시각으로 보고 싶지 않다.한.일 두나라는 정치.경제.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 됐으며,안보면에서도 미국을 매개로 하 여 간접협력을 심화시켜 왔다.한.미,미.일 군사동맹은 동북아지역의 핵심적인 군사동맹으로서 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의 팽창억제에,탈냉전시대에는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축(軸)으로 하는 이러한 3각안보관계가 이제는한.일간에 직접적인 협력관계로 변화될 필요성도 내다본다.미군이철수할 경우 북방세력에 대한 힘의 균형문제,원유보급항로및 공동의 해상통로 유지등 상호국가이익이 일치하는 부 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협력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이미 환태평양기동훈련을 통해 우리 함정이 일본과 나란히 해상훈련을 실시한 경험도 있다.다만 두나라간의 급속하고 직접적인 협력은 국민감정.주변국가들의 오해가능성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 면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러한 전망에 비춰 정부가 일본함대의 방문과 관련해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특히 50여년만의 기항(寄港)이라는 점에서 사전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했어야 한다.외교나 안보정책이 소수의 결정 으로 이뤄지는 시대는 지났다.국민적 합의와 이해가 국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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