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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개혁안 다시 손질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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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며칠 전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불합리한 규정을 일부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급한 불을 끄려는 수준의 개선안이다. 신규 가입자에게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제도를 적용해 공무원 연금을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제도에 통합할 수 있도록 한 공발위 1기 개선안 등과 비교하면 많이 후퇴한 안이다. 2기 위원회에서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는 1기 안으로 근본적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결국 채택된 안은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조금 더 내고 급여를 신규 가입자 위주로 25%까지 삭감하는 방안이었다. 공무원 노조와 연금 수급자 대표가 다수 포함된 위원회 구성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말도 언론에서 나온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공무원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기준 보수 기준 5.525%에서 2012년까지 7%로 올리고 보험료와 연금액 산정의 기준을 보수월액(기준 보수의 65% 수준)에서 기준 보수로 확대해 단기 재정 위기를 완화하는 것이다. 가입기간 1년 기준 연금 지급률을 2.12%에서 1.9%로 낮추고, 급여 산정을 퇴직 전 3년 평균에서 전 가입기간 평균보수로 변경했다. 적용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국민연금에서처럼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연장하며, 60%의 유족연금 지급률을 적용토록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공무원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이 경시된 것이다. 40년 후 발생할 기금 고갈에 대비해 2007년 개혁에서 급여를 33% 삭감한 국민연금과 달리 재정적자 상태에 빠져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급여 삭감 수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의 퇴직금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40% 수준인 것을 고려해도 그렇다. 이뿐 아니라 공무원연금제도 안에서도 신규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해서 연금 수급자 및 재직 공무원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제도개선안을 제시했다.

연금 수급자도 제한적이나마 재정 건전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하며, 이는 연금 인상을 국민연금에서처럼 법 개정과 동시에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계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재직공무원에게도 연장된 수급 개시 연령과 70%에서 60%로 낮춰진 유족연금 지급률을 적용해야 한다. 1기 위원회 제도개선 건의안에는 신규 공무원과 재직 공무원 모두에게 60세의 수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도록 돼 있었다. 이번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2008년 12월에 임용된 공무원과 2009년 1월 임용된 공무원 사이에 발생할 현격한 연금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이러한 격차는 향후 재직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의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있다.

과다한 정부 지원 규모가 문제 국민연금에서처럼 보험료 및 연금 산정에 소득상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고소득 공무원의 모든 소득에 대해서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한선을 평균소득(현재 340만원)의 1.8배(현재 612만원)로 낮게 설정해 이 규정이 적용될 공무원이 0.9%에 불과하므로 소득상한선을 낮추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에서처럼 저소득 가입자를 위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