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최고의 알파벳”…세계가 인정한 이유는 뭘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언어학자 수전 로메인에 따르면 한국어를 쓰는 인구는 7500여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많다. 최근 학계는 한글 자모를 국제 문자 표기 수단으로 보급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티모르의 떼뚬어는 영어 철자로 표기하고 있으나 발음을 정확히 적기 어려워 한글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주제
휴대전화 음성통화보다 문자 전송이 더 효율적?

생각열기

“제 이름은 박소민입니다.” 한글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다. “My name is park so min.” 영어는 30초 가량 걸린다.

엄지족(문자메시지를 많이 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의 능숙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한글과 영어 문자메시지 전송에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두 문자의 효율성에서 비롯된다. 디지털시대에 한글이 더 각광받는 것은 쉽고 경제적인 ‘가획의 원리’ 때문이다. ‘ㄱ’에 ‘ㅣ’를 더하면 ‘기’가 된다. 여기에 ‘·’을 더하면 ‘가’가 되고 ‘‥’을 더하면 ‘갸’가 된다. 한글이 효율성 면에서 영어 알파벳보다 뛰어난 것이다. 알파벳은 문자를 하나하나 찾아야 하므로 효용성과 활용도 면에서 한글보다 떨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4000만 명으로 1인당 1대꼴이다. 추석 연휴 기간중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는 25억건으로 가입자당 평균 55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에서 음성통화보다 문자를 많이 사용한다는 응답이 72%로 나타났다. 문자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음성통화보다 요금이 싸서’(54%)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번 호에서는 문자 언어를 주제로 한글을 살펴보자. 김영욱 서울시립대(국문학) 교수의 『한글』을 통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던 배경과 과정, 한글의 특성과 매력을 되짚어 보자.

논술창고

▶ 인터넷 및 영상 자료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꿀맛사이버논술 ‘훈민정음’ 동영상 강의

(www.kkulmat.com/si/index.jsp)

·훈민정음-서울문화제

(sca.visitseoul.net/korean/antique_books/i_classical_books02035.htm)

·KBS 역사스페셜 ‘한글은 집현전에서 만들지 않았다’(1999.10.9)

·KBS 드라마 ‘대왕세종’

『초정리편지』
배유안·창작과비평사

주목해 볼 부분: 세종대왕의 일화에서 한글 창제의 비밀을 밝혀내고, 장운의 성장담을 통해 백성의 삶에서 한글이 보여주는 역할을 알게 한다.

『생각하며 읽는 문화교양』
헬렌 본첼 엮음·작은거름

주목해 볼 부분: 인간을 서로 연결해주는 문자와 매체에 대해 쉽게 소개하면서 문자의 변천 과정을 꼼꼼하게 짚어 가며 설명한다.


측우기, 해시계, 훈민정음 모형물이 세종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세종이 발명한 최고의 알파벳 한글』
김영욱·루덴스

“한글은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모든 언어학자로부터 고전적인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다.”-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

“한국에서 쓰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다.”-미국 UCLA 제러드 다이어먼드 교수

이 책은 세종이 한글을 만든 이유와 최만리 등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 창제를 반대한 이유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세종의 인간적 면모도 드러나 있다. 미국의 여류작가 펄 벅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이며,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은 천부적 재능을 지닌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했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한글 사랑을 배우고 백성을 사랑해 그들에게 ‘앎’의 기쁨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애썼던 세종의 마음을 읽어내야 한다.


▶ 독후활동

<문제1> 다음 내용에 해당하는 한글의 우수성을 <보기>에서 찾아 연결해 보자.

1. 디(d)의 발음은 혀끝이 앞니 뒷부분의 딱딱한 입천장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순간에 혀가 약간 앞으로 밀리면서 소리가 터져 나오고, 니(n)의 경우도 디와 마찬가지로 입천장에서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n’ 과 ‘d’ 는 발음상의 공통점은 있지만 글자 모양에서는 닮은 점을 전혀 볼 수 없다. ‘ㄴ’과 ‘ㄷ’의 발음은 앞서 살핀 것처럼 음성학적으로 입천장소리에 속한다. 그리고 문자의 모양에 이러한 음성학적 공통점이 반영 돼 있다. 글자의 모양에서도 ‘ㄴ’ 에서 ‘ㅡ’라는 가로획을 추가하면 ‘ㄷ’이 되므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2. 영어의 알파벳은 가로쓰기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글을 쓰는 방향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정돼 있지만 한글은 다양한 형태의 쓰기가 가능하다.

3. 한글은 아이콘과도 잘 어울린다. ‘♡해요’라고 쓰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사랑해요’라고 읽는다. ‘♡한다’ ‘♡으로’ 처럼 아이콘이 한글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4.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글자 수가 24개밖에 없지만 한국어를 적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철철, 줄줄, 찔끔찔끔, 질질, 잘잘, 찰찰, 찰랑찰랑, 출렁출렁처럼 한글은 음성문자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소리로 표현되는 그 어떤 언어도 한글로의 표기가 가능하다.


<문제2> 문자 언어가 생긴 후 사람들은 편리함과 혜택을 누리게 됐다. 특히 우리는 한글로 인해 문명을 발전시키고 전승해 왔다. 문자 언어가 갖는 특성을 고려해 음성 언어와 달리 문자 언어가 가진 장점을 정리해 보자. (예시 :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의사를 분명히 전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람,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전할 수 있다. )

<문제3> 문자 언어의 효용성과 관련된 속담에 ‘말보다 글이 무섭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가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예시나 사례를 이야기해 보자.


중학생 토론방

▶다음은 최만리가 주장한 훈민정음 사용 반대 상소문이다. 세종의 입장에서 이를 반박하는 글을 써 보자.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 [중앙포토]

조선왕조실록 세종 103권 26년 2월 20일(경자)/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언문 제작의 부당함을 아뢰다<중략>

이렇게 되오면 수십 년 후에는 문자를 아는 자가 반드시 적어져 비록 언문으로써 능히 이사를 집행하다 할지라도 성현의 문자를 모르고 배우지 않아 담을 대하는 것처럼 사리의 옳고 그름에 어두워질 것이오니 언문에만 능숙한들 장차 무엇에 쓸 것이옵니까.

우리나라에서 오래 쌓아 내려온 우문의 교화가 점차로 땅이 쓸려 내려간 듯 없어질까 두렵습니다. 전에는 이두가 비록 문자 밖의 것이 아닐지라도 유식한 사람은 오히려 야비하게 여겨 이문으로 바꾸려고 생각하였는데 하물며 언문은 문자와 조금도 관련됨이 없고 오로지 시골의 상말만을 쓰겠습니까. 가령 언문이 전조 때부터 있었다 하여도 오늘의 문명한 정치에 변로지도 하려는 뜻으로써 그대로 물려받기만 하겠습니까. 반드시 고쳐 새롭게 하자고 의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이는 환하게 알 수 있는 이치이옵니다. 옛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하는 것은 고금을 통한 우환이온데 이번의 언문은 새롭고 기이한 한낱 기예에 불과하여 학문에 방해됨이 있고 정치에 유익함이 없으므로 아무리 되풀이 생각하여도 그 옳은 것을 볼 수 없사옵니다.

<예시답>

① 한글은 한자, 한문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

② 운서를 바로잡고 한자음을 정확히 교정하는 데에도 한글이 발음 기호 역할을 할 수 있다.

③ 한글이 백성들에게 편리함을 준다. 중국의 한자음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만 봐도 실용적이다.

외국인 붓글씨 대회 모습. [중앙포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