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輸入車업체 '표정관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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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들어 7월까지 외제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이상많이 팔렸다.
휴가철이자 신차 성수기(盛需期)인 7월 한달에는 증가율이 80%를 넘었다.월별로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이 추세대로 가면올해 외제차 판매는 예상치 1만대를 훨씬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제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외제차가 많이 팔린다면 이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즐거운 기색을 보여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판매통계로 보면 이런 반응은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이 정도도 수입차 업체에는 만족스런 판매량이 아닌 듯하다.
어떤 이는 『6~8월에 좀 많이 팔았으나 계획에는 못미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몇억원씩 들여 신차발표회를 갖고 많은 돈을 들여 홍보도 했는데 아직껏 1만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투덜댄다. 판매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물론 수입업체들에 각각 판매목표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미달할 때 불만을 나타낼 수도 있다.그러나 외제차의 약진에 긴장하는 국내업계는 이를 다른 각도로 분석한다.수입 차 업체들이 표정관리를 한다고 보고 있다.안그래도 늘어만 가는 무역수지 적자때문에 그게 걱정인 판국이다.따라서 외제차 업계는 수입차의 판매증가가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한 요인이라는 비난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외제차 업체들이 차를 많이 팔았다고 싱글벙글하면 여론의따가운 비난을 받을 가능성때문에 애써 표정관리를 한다는게 국내업계의 해석이다.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수입차가 잘 팔리는 것으로 알려지면 앞으로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과 관련한 협상이 있을 경우 외국업체들에 오히려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도 염두에 둔 것같다』고 주장한다.
많이 팔려도,또 안팔려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않다는게 외제차업체들의 딜레마인 것같다.
박영수 경제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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