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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증시, 반짝 반등은 하겠지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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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첩첩산중이다. 29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구제금융안에 합의하면서 1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까지 치솟자 결국 지난 주말보다 19.97포인트(1.35%) 떨어진 1456.36으로 마감했다.

환율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요 증권사는 10월엔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 정부가 돈을 풀면 흔들리던 세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걸로 보여서다. 문제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금융에서 시작된 불길이 실물경제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반짝 뛸 순 있어도 시원스러운 상승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반등 여건은 마련=앞날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10월 증시 환경이 9월보다는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스피 지수가 최고 1600선까지 단기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세계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공매도 제한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져 부동산 거래가 늘고, 중국도 경기 부양 정책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물경제가 나빠지는데 주가가 마냥 뛸 순 없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1600선 근처에 가면 펀드 환매 물량이 확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미국 경제=미국 경제는 소비에 70%를 의존하는 구조다.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온 집값 하락은 민간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미국 집값은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졌다. 잘 팔리지도 않는다. 팔려고 내놓은 집이 정리되는 데 걸린 기간이 평균 4~6개월에서 최근 10개월까지 길어졌다. 집 담보로 돈을 끌어 쓴 미국 소비자가 당분간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용도 걱정이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0일 기준 49만3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3만2000건 늘었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민간 소비(연율)가 올 3분기 0.88% 감소하고 4분기에도 0.8% 마이너스 성장할 걸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연구위원은 “미국 의회가 금융산업 구제에 앞서 자국 자동차업계에 250억 달러를 싼 이자로 빌려주기로 한 것은 위기가 이미 실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실적도 부담=미국 경기 침체는 한국 기업에도 악재다. 미국 경기가 더 꺾이면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 풀리는 돈이 줄어드니 가뜩이나 힘든 내수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환율 급등도 ‘키코’ 등 통화옵션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SK증권은 거래소·코스닥 주요 상장사 140개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에 그치고 순익은 16.8% 줄어들 걸로 전망했다. 127개사를 분석한 대신증권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 4분기 반짝 올랐다 꺾이기 시작해 내년 2분기 마이너스가 될 걸로 봤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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