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북 문제 초당적 대처, 공수표 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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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이번 주 중 북한을 방문한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그의 전격적인 방북은 악화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느닷없이 제의해 온 남북 군사 실무회담도 주목된다.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일방적인 대남 위협의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한반도 정세가 심각한 긴장 국면에 휩싸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한 정부의 주도면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숙소 건설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 남북은 개성시 거주 20~30대 여성만으로는 인력 수급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만5000명 규모의 숙소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남측은 이 합의가 이행되려면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측은 기존 합의만 이행하면 됐지, 대화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입주 기업들의 인력 수급도 지연되고 있고, 공장을 짓고 있는 업체들의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북한은 북한대로 이명박 정부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남북 문제에 초당적으로 대처키로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은 개성공단 기숙사 문제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3통 문제는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민주당이 그동안 확보한 대북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하는 데도 합의했다. 지난 10년간 남북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치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총론에선 거창하게 합의해 놓고 각론에 들어가면 ‘초당적’이라는 용어가 무색해지는 과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이번 영수회담 합의가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개성공단 기숙사 문제 등에서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엉뚱한 요구도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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