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의역군들>8.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이형목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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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별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천문학 입문 동기는 대개 비슷하다.「어릴적 깜깜한 밤하늘 저편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유(類)다.부산대 이형목(李珩睦.40.지구과학교육과)교수도 이런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구태여 어린 시절 과 달라진 점을 찾으라면 연구실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도 우주의 이치를 꿰뚫어볼 수 있다는 정도.
李교수는 이론천체물리,그중에서도 항성역학(恒星力學)이 전공이다.얼핏 그 뜻이 어려워 보인다면 「항성」대신 「정치(政治)」를 대입해보자.정치인 혹은 정당간에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있듯 별 사이에도 서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있는데 이를 연구하는것이 항성역학이다.항성역학은 보통 쌍성계(雙星系)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진다.정치로 치면 양당제(兩黨制)쯤 된다고 할까.당(黨)의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서로간의 역학관계를 점치기가 복잡하고 힘들어진다.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2개의 별로 이뤄진 쌍성계는 역학연구에 안성맞춤이다.
예컨대 블랙홀과 보통별 2개로 이뤄진 쌍성계가 있다고 하자.
블랙홀은 어떤 수단으로도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다.따라서 이들중존재가 손쉽게 확인되는 것은 보통별 하나일텐데 이 경우 블랙홀의 존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가능한 여러방법 중의 하나가 중력(重力)을 통한 것이다.보통별 가까이에 엄청난 중력의 블랙홀이 있다면 보통별은 이 중력에 의해 「춤」을 춘다.
그의 최근 연구는 「은하 중심부의 역학」에 관한 것.이 연구에서 별의 밀도가 높은 은하 중심부에 질량이 작은 블랙홀이 많이 몰려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이론화했다.과거 연구가 미진했던 부분으로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이제 막 불혹을 넘긴 소장학자지만 초등학생시절부터 마음 깊숙이 간직해온 「별」경력으로는 30년이 넘었다.그런 그가 요즘들어 부쩍 절실히 느끼는 것은 밤하늘에 가득 수놓은 별들이 결코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먼 존재가 아니라는 것.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도 따지고 보면 별에서 유래한것 아닙니까?우주도 크게 보면 하나의 생태계고 우리도 이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지요.』 교수로서의 경력은 불과 7년 남짓이지만 지금까지 외국 유명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대략 20편으로 국내 학자중에는 정상급이다.그의 성가는 외국에서 더 높다.미국샌타바버라 이론물리연구소는 93년 개최한 4개월짜리 항성역학 워크숍에 그를 초청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87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우수과학자를 대상으로 제정한 폴라니상의 1회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연구를 하면서 부닥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천문관측자료를 거의 전량 외국에 의존해야하는 것.국내에 구경 이큰 반사망원경을 갖춘 관측시설도 없고,관측인력도 크게 부족하기때문이다.李교수는 『이론천체물리는 항상 관측천체물리에 종속적인관계』라며 『앞선 이론이 나오기 위해서는 관측장비와 인력의 뒷받침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인 박 선주(朴仙珠.36)씨와 2녀를 두고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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