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 戰.義警입원 경찰병원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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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5일 낮 교내로 진입했다가 도서관 근처에서 시위대와 일전을 벌이고 빠져나오는 순간 갑자기 화염병이 날아오면서 포위됐습니다.순식간에 수십명의 학생이 몰려들더니 쇠파이프로 마구 때리더군요.이후 실신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송파구가락동 경찰병원 응급실.침대에 누워 있던 경찰청 105전투경찰대소속 이성진(李晟進.22)수경이 화염병에 2도 화상을 입은 왼쪽 발과 쇠파이프에 맞아 깁스를 한 오른팔을 보여주며 참담했던 시위상황을 설명했다.
주변 침대마다 시위현장에서 다친 전.의경 1백여명이 머리를 붕대로 싸매거나 목.팔 주위에 흉하게 생긴 수포를 치료받느라 어수선하다.땀.소독냄새가 뒤범벅된 가운데 마치 전쟁터 야전병동같다. 이날 하루 치료받은 부상자만 7백여명.상처가 심해 입원한 의경이 50여명이고 나머지는 입원실이 없어 각 부대 의무실에 후송됐다.
경찰병원은 갑자기 몰려든 부상자들의 치료절차를 밟느라 업무가마비될 지경이었다.원무과 관계자는 『경찰병원 설립이래 한꺼번에들이닥친 전.의경 부상자들은 이번이 가장 많다』고 했다.5,6층 입원실은 응급처치를 마치고 올라온 부상자들 과 이들의 땀냄새로 꽉 차 있다.대부분 부상자는 교내진압 작전중 다친 사람들이다. 『더이상 이같은 무의미한 소모적인 시위는 없어야 해요.
제대해 복학한뒤 이같은 폭력시위가 벌어지면 내가 앞장서서 막겠습니다.』 전북대 경영학과 1년을 마치고 입대,쇠파이프에 얼굴을 맞아 입안을 일곱바늘이나 꿰매 말을 더듬거리는 이영재(李榮宰.21)상경은 학생도 많이 다쳤을 것이라며 오히려 걱정했다.
허리와 무릎에 쇠파이프를 맞아 옆자리에 입원한 서부서 방범 순찰대소속 주진국(朱鎭國.21)상경은 『학생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데 머리.허리.다리중 보호대가 취약한 무릎을 집중적으로 때려 정말 야속하더라』고 했다.
또 부상당한 전.의경들은 학내 지리에 밝은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기습을 하고 마치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정확히 가격한데다 경찰 지휘부가 치밀한 작전 준비없이 무리하게 진입만 강요해 경찰 부상자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얼마 안있어 막노동이라도 나가 돈을 벌어야하는데….』제대 50여일을 남기고 쇠파이프에 맞아 요추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는 조성수(曺成首.22)수경은 뒤편에서 다친 허리를 만지며 한숨만 쉬고 있었다.
김태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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